아시아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구매력 기준)이 역내 최대 경제국인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만의 경우 올해 1인당 GDP는 3만3800달러로 사상 처음 일본을 웃돌 전망이며 한국도 지난 10년간 1인당 GDP가 1.8배로 뛰어 일본의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명목 기준 1인당 GDP는 일본이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아시아 신흥국들의 생활 수준이 높은 생산성에 힘입어 대폭 개선되고 있어 이들 국가가 조만간 일본 수준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3500달러가 될 전망이다. 10년 전의 1.3배 수준이지만 아시아 신흥국들은 이보다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경우 1인당 GDP는 2007년에 3만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일본을 웃돌 전망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반도체 등 전자기기 관련 산업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1인당 GDP의 세계 순위도 10년 전 30위에서 올해는 24위로 뛸 전망이다.
한국도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9400달러로 최근 10년간 격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의 1인당 GDP가 지금 같은 속도로 성장하면 2018년경에는 일본의 수준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에 싱가포르에, 2000년대에 들어서는 홍콩에도 뒤지고 있어 아시아 각국의 생활 수준이 점진적으로 일본을 추월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아시아 각국은 국제경쟁력에서도 일본을 앞서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집계한 국제경쟁력에서는 싱가포르가 1위, 홍콩이 2위, 대만이 8위 등 아시아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23위로 일본의 27위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 같은 역전 현상에 대해 그 동안 ‘기러기 행렬형’의 발전을 이뤄온 아시아 지역의 발전 형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이나 공업화, 도시화에서 앞선 일본을 다른 나라들이 뒤쫓는 형태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
현재의 발전 형태는 한국과 대만 등 ‘신흥공업경제군(NIES)’이 선두에 서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그 뒤를, 마지막으로 중국과 인도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실제로 200년대 들어 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일본과 아시아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7%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4.4%, 대만은 3.4%로 일본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기업의 경우도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해 저가품 개발과 판매망 개척을 서둘렀다. 대만 역시 미국과 유럽의 정보기술(IT) 기업의 수탁 제조 거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일본 대신에 중국과 인도가 아시아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과 상호 투자확대를 배경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명목 달러 기준 1인당 GDP에서는 아시아 각국이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올해 일본의 명목 1인당 GDP는 4만1400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인 2만300달러, 대만은 1만7900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은 일본의 10%에도 못 미치는 3999달러 수준이다.
신문은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활발한 FTA는 물론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