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승인에 강하게 반대해 온 이탈리아가 협정 발효를 연기하는 조건으로 FTA를 승인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주EU 이탈리아 대표부의 페르디난도 넬리 페로치 대사는 9일(현지시간) “한-EU FTA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한-EU FTA의 발효를 장기간 연기하는 조건으로 반대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한-EU FTA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넬리 페로치 대사는 “EU 의장국인 벨기에뿐 아니라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반대의사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회원국들은 협정 발효를 연기하자는 이탈리아의 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연기 조건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장기간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이사회 관계자는 “오늘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10일 열리는 특별이사회(통상장관회의)에서 한-EU FTA 승인 가능성을 내비쳤다.
EU 27개 회원국은 특별이사회를 하루 앞둔 9일 대사급 상주대표회의를 열어 막판 협상을 벌었으며 이탈리아가 제시한 조건의 수용 여부에 따라 10일 열리는 특별이사회에서 한-EU FTA 승인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