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스탁 스나이퍼]상처 받고 집 나간 고양이 어찌하나

입력 2010-09-14 09:07 수정 2010-09-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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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작가가 쓴 글에서 버려진 고양이들은 사람들 곁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상처받은 만큼 그들은 사람들을 멀리했고 믿지 않았고 아무리 먹이를 주고 적대감이 없다는 것을 밝히려 해도 오직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할 뿐이라고 한다.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고양이들이 하는 일은 날카롭게 세운 발톱으로 상처를 주는 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어디 고양이만의 이야기일까? 올해 들어 상장사 가운데 퇴출돼 휴지 조각이 된 회사가 지난 10일 기준 이미 80개사가 넘어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안에 퇴출되는 상장사가 초유의 사태라고 일컬었던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퇴출이 급증한 것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상장사에 대한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고 회계감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통법 시행 이전과 회계법인들의 회계감사가 강화되기 이전, 껍데기 80개 상장사에 우리들은 아무런 내용도 모른 체 투자하고 있던 것이다.

상폐 위험에 노출되기 전 시가총액 100억씩만 잡아도 80개사면 최소 8000억원에 달한다.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법 시행과 회계법인의 정상적인(?) 감사 이후 허공에 사라진 것이다. 퇴출된 상장사에 투자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도입과 회계법인의 감사 강화에 하루아침에 돈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금융당국과 회계법인, 퇴출 상장사와 관계자는 물론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 쌓이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21C 최고의 비즈니스 연설가 ‘셔리 머레이’ 박사는 지난 20년간 10만 명이 넘는 영업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그녀는 이 분석 결과로 ‘슬럼프 극복의 7가지 지혜’를 발표했다.

1. 멈추어라 (긴장을 풀고 스스로에게 여유와 휴식을 불어넣자

2. 초심으로 돌아가라

3. 자신을 판단하지 마라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

4.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마라 (당신 자신과 경쟁하라)

5. 긍정적인 대화로 삶을 채우라 (잠재의식에 긍정을 심어라)

6. 의사 결정을 내리지 마라 (슬럼프 시기에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7. 자신감을 회복하라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를 맛 본 투자자들에게 슬럼프의 심리학은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어처구니없는 작금의 현실에 슬럼프에 빠져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괴로워하는 투자자들은 움츠린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의 슬럼프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 슬럼프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노력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 없는 전쟁터와 같은 주식시장에서 투자 결과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퇴출의 쓰라린 경험을 두 번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과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한다.

투자자들을 우롱하고 횡령과 배임을 일삼은 머니게임 세력들과 그들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도 버려야 한다. 그럴 가치도 없다.

올 해 초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사를 상장폐지 시킨 한 상장사 대표이사는 몰래 뒤로 챙긴 돈을 수개월 만에 도박으로 날려 사채업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다른 퇴출사 실질 오너는 정분이 난 술집 마담한테 빼돌린 돈을 주고 해외로 도피하려고 했으나 그 마담이 사라져 알거지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융당국과 사법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통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주요 정책 철학으로 공정사회를 들고 나왔다. 남 속이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하고 남을 기망해 이득을 편취하는 이들은 반드시 처벌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의 기본이다.

대한민국 시스템과 정의가 살아 움직여 상처 받은 우리들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줄 것이라고 믿어보자,...아니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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