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이 경제 잡는다

입력 2010-09-15 08:47 수정 2010-09-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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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가계부채 부담에 수요 급감...서울 10%, 지방 20% 폭락"

부동산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 족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아시아 다른 지역 부동산 가치가 치솟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한국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의 개발 포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용산 드림허브 조감도

서울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10% 하락했고 지방은 하락폭이 20% 이상 되는 곳도 많다.

주택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일부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의 재정건전성 강화 움직임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부동산 침체의 원인이라고 WSJ는 전했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이 가처분소득의 140% 정도로 높아서 주택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과 정부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열풍에 따른 과잉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가 소비를 제한하고 경제 전체의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도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에 따라 증가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올해 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전문가 대부분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둔화된 4%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침체를 보이는 곳은 정부기관이다.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수십개의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연기했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에 한국이 이웃 일본처럼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 같은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부동산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상무는 “한국이 일본식의 부동산붕괴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도 지난주 보고서에서 “부동산 침체로 한국 은행들이 일본과 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겠지만 건설산업은 곤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체들은 내수부진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건설업체 매출의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정부 규제로 인한 지체 및 위험회피 심리 등으로 대규모 건설프로젝트 추진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서울 용산역 역세권 개발사업인 약 30조원 규모의 드림허브 프로젝트 개발을 포기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주 부동산 완화대책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담 이외에 인구학적 변화가 수요를 제한해 앞으로 수년 동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CLSA의 스티브 정 부동산 시장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주택구입 세대인 30~49세 연령대가 줄어들고 있어 주택시장은 이전보다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LH공사가 많은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반발도 커지고 있어 사회적 불안요소를 키우고 있다.

LH공사의 부채는 6월말 기준 118조원에 달해 부채가 지난해에 비해 10조원이나 늘었다. 현재 LH공사가 개발중이거나 계획이 잡혀 있는 프로젝트의 규모는 42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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