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① 일본 환율개입...'비불태화' 통했나?

입력 2010-09-16 09:21 수정 2010-09-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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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엔화의 고공행진을 멈추기 위해 일본이 대대적인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개입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회에 걸쳐 일본발 외환시장 대란을 진단한다)

[진단] 일본發 글로벌 환율전쟁 개막

① 일본 '비불태화' 통했나?

② 日 개입 폭탄...475조원 시장에 푼다?

③ 일본 단독개입, 글로벌 환율 전쟁 시발탄?

④ 각국 보호무역주의 재부상 가능성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15일 오전 외환시장에서 6년 6개월 만에 엔 매도 달러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도쿄와 런던, 뉴욕 외환시장에 2조엔(약 27조원) 이상을 투입, 엔화를 매도해 엔화 자금을 풀고 이를 다시 회수하지 않는 '비불태화'(非不胎化)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엔 하락 주가 상승으로 화답해 정부의 체면은 유지한 모습이지만 향후 미국의 경기 불안으로 달러 하락 압력이 강해질 경우 일본의 환율개입은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환율개입에 나선 스위스의 경우,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의 강세로 중앙은행인 스위스 내셔널 뱅크(SNB)가 900억유로 규모의 스위스프랑을 사들였다.

그러나 SNB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유로는 올해 들어 스위스프랑에 대해 12% 급락, 정부는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이번 일본의 개입 역시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이번 달러 하락ㆍ 엔고 배경은 미국의 경기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완화 기대 때문인 만큼 목표가 불투명한 개입이 계속되면 적기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개입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일본의 이번 환율개입은 타이밍이 간 나오토 총리의 민주당 대표 재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최근 엔고에 대해 “당국의 개입이 없어도 달러에 대해 82엔대까지 오른 엔이 자율 반발해 83엔대까지 내릴 것”으로 보는 관계자가 많았다. 정부와 일본은행의 개입을 의외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간 총리가 민주당 대표에 재선된 것을 계기로 엔은 달러당 82엔대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간 정부가 엔고를 묵인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었다.

그러나 당국의 개입 직후 달러엔은 84엔 후반까지 상승했고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200포인트 이상 급등, 9500선을 탈환, 단기적으로는 약발을 제대로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당국은 일본의 이번 개입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있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개입에 적극 찬성하고 공조 개입에 나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통화의 약세로 경기부양을 꾀했던 만큼 일본의 개입에 강한 불만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일본이 대규모 개입을 계속할 경우 중국에 반론의 여지를 주는 것이어서 지금 상황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황이다.

한편 이번 엔고의 최대 요인은 미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엔고는 주춤해졌지만 미 연준의 추가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거나 실제로 추가 완화를 단행했을 경우 엔고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부상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15일 개입으로 엔은 달러에 대해 2엔 가량 떨어졌지만 시장에 안도감을 주려면 최소 88엔대까지는 가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입장이다.

만일 달러 하락세가 멈춰 엔고가 다시 진행되면 개입 규모만 불어나 거액의 환차손은 고스란히 일본 당국이 떠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개입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적절한 출구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개입에 나섰지만 중단할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으면 압력에 등을 떠밀려 부득이하게 끌고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종료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시작한 폭격 때문이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번 개입의 경우는 엔고 기조를 바꾸기 위한 목적이 강한 만큼 엔화 강세가 꺾일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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