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일랜드를 비롯해 그리스 등 남유럽 주요국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달 주요국의 국채 발행이 성공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흐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3회에 걸쳐 재점화하고 있는 남유럽발 위기를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아일랜드 위기 언제까지
② 그리스 금융권 위기감 고조...스트레스테스트 연기
③ ECB 위기 진정 능력은?
유럽발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가 재점화하고 있다.
'유럽의 돼지들(PIIGS)'의 대표주자인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자금 요청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 정부가 실제로 구제자금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재정 악화와 관련된 루머가 생산되는 것만으로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발단은 아일랜드 유력신문인 아이리시인디펜던트가 제기했다. 신문은 17일(현지시간) 아일랜드가 IMF와 유럽연합(EU)에 구제자금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금융권 위기와 재정적자 심화로 지원 요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앞서 바클레이즈캐피탈이 예상치 못한 은행권 손실로 아일랜드가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에 터진 악재여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재무부 대변인이 나서 "구제금융과 관련한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신문의 보도를 즉각 부인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위기감 고조로 주식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이날 유럽증시는 오전장에서 상승했지만 아일랜드 악재가 전해지자 상승폭을 반납, 약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아일랜드증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뱅크오브아일랜드와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의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이날 아일랜드 국채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은 38bp 상승해 425bp까지 치솟았다.
아일랜드 10년물 국채와 독일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31bp 오른 410bp로 확대됐다. 이는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다.
아일랜드 10년물 국채 금리는 6.17%를 기록하며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아일랜드 국채를 매입했다는 사실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ECB가 유로존 안정을 위해 아일랜드 국채 시장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규모는 수천만유로로 크지 않았지만 ECB의 아일랜드 국채 매입은 시장의 우려를 확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일랜드 악재 여파는 외환시장에도 민감한 반응을 미치면서 이 여파는 20일에도 이어졌다.
2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건은 이번주 21일(현지시간) 예정된 아일랜드 국채 발행의 성공 여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10억~15억유로(약 1조7500억원) 규모로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4년물과 8년물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도미니코 크라판자노 제프리스 투자책임자는 "현재 아일랜드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는 없다"면서 "아일랜드의 금융과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물론 포르투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