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간 '환율전쟁' 격화…한국 영향은?

입력 2010-09-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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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엔화·위안화 등 강세 가능성 커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주요국 간 '환율전쟁'이 격화되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 위안화, 원화 등 다른 통화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환율전쟁은 일본 정부가 지난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본격화했다.

엔화는 당시 1달러당 83.34엔까지 상승해 1995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해 4월18일 기록한 역사적 저점(종가 기준)인 80.63엔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에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디플레이션이 진행된 상황에서 최근의 외환 동향은 경제·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을 위한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1~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 할 것"이며 "일본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의 '시장 개입 자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전쟁에도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와 위안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의 강세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줄어든데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엔화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터라,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만으로는 엔화 강세를 꺾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 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중국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85엔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은 1개월 내에 115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경제연구소는 일본도 장기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추가 양적 완화정책을 펼 수 있고 이 경우 엔화 강세는 연말 이후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각국의 환율 움직임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엔화 강세는 국내 경제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겠지만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상반기(평균 91.3엔)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평균 2.5% 하락(절상)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은 0.14%포인트 오르고 경상수지는 4억9000만달러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

박용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가전, 기계, 철강 등의 국내 산업들은 이번 엔고 현상으로 수출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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