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범현대가(家)인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대결이 임박했다. 채권단이 24일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냄으로써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대결 구도로 무르익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몇 가지 예상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 발표한 현대그룹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의견 개진이 없다. 현대차가 어떤 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지에 따라 인수전의 양상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인수전에 나서고 현대중공업과 KCC그룹이 현대차를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현대 일가의 장자인 데다 현대차그룹 역시 4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 인수의 적임자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건설 인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KCC 모두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부정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을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모두 과거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어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이 손잡고 현대그룹과 인수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현대重 컨소시엄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현대건설의 경영권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중공업이 각각 나눠 갖는다는 그림이다.
현대중공업은 지금도 현대상선의 지분 25.47%를 보유해 최대주주의 자리에 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6%와 우호 지분 5.75%를 합쳐 25.75%의 지분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의 지분을 가져간다면 현대상선의 지배구조는 물론 그룹 전체의 경영권 판도도 바뀔 수 밖에 없다.
현대차로서도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엠코, 글로비스 등과 함께 2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인수에서도 손을 잡은 바 있어 재계에서는 '현대重-현대車' 컨소시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번째로는 가능성은 낮지만 현대그룹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치 않고 현대그룹이 단독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 일가의 연장자로서 현대건설에 대한 현대그룹의 연고를 인정해주길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이 같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명분에서는 현대그룹이, 자금력에선 현대차그룹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