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마트는 지금 '김치대란'

입력 2010-09-28 09:52 수정 2010-09-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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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기 1만3800원...김장걱정 태산

“김치가 3일 만에 들어왔습니다.”27일 방문한 서울시내 대형할인마트 판매사원 이모씨는 오랜만에 김치를 판다고 말했다. 하지만 들어온 포장 김치의 양은 적었다. 본래 김치 매대 자리엔 두부가 두 블록이나 차지해버렸다. 매대 위에는 쇼핑 안내 팻말이 하나 있었다.“김치 제조사의 포장 김치 생산량이 매우 부족합니다.”

▲김치판매 매대 위에 포장김치가 품절됐다는 알림이 있다.(사진=강구귀)

양념김치를 파는 반찬가게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묵은지는 10㎏ 들어와야 할 분량이 5㎏로 절반이나 줄었다고 한다. 판매사원에 따르면 포기김치의 경우추석 이후에 “김치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며“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마트에 김치가 사라졌다. 비싼 배추가격 때문에 김장 김치보다 포장 김치를 찾는 수요가 급증해서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배추 한포기 가격은 올 초 1600원으로 시작해서 27일 1만3800원으로 16주째 고공 상승중이다. 추석을 전후로만 4000원이 폭등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포장 김치는 소비자에게 차선책이다. 마트 관계자는“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면서“10시 개점과 함께 김치 물량이 소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7일 롯데마트에서 포장 김치를 바구니채로 담아가는 광경이 목격됐다. 익명을 요구한 쇼핑객은“지금은 김치대란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라며“금방 동이 날지 모르니 미리 사둬야죠”라고 말했다.

김치 가격이 오르면서 납품업체들의 공급은 줄었지만 판매가격 급증으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홈플러스는 김치매출이 전년 대비 50~60%이나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싼 배추가격에 소비자들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 김치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치판매업자들은 매출은 늘었지만 오히려 손실은 커지고 있다. 배추 가격은 급등함에도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선정김치를 생산하는 CJ의 경우 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20%이상 늘었지만 손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물가가 너무 오른 상태에서 우리도 가격을 덩달아 올리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추판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포장김치 판매가격도 조만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치판매업체들은 10월 중에 포장 김치 판매 가격을 10%정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고공 상승하는 배추가격때문에 더 이상은 지금의 판매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배추가격이 폭등하면 지금의 인상폭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배추값 급등세는 추석 이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측은 “긴 연휴를 보내면서 도매업자들이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품귀현상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채소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배추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측도 “배추씨를 뿌리는 기간이 9월 초까지이기 때문에 올해 배추농사는 사실상 끝났다”며 “배추 물량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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