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스탁 스나이퍼]자극과 반응 사이

입력 2010-09-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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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는 ‘즐거운 나의 집’에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는 한 독일의 작가의 말을 인용했다.

자극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자유와 힘이 있다는 것이다. 공작가는 우리의 인생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극과 반응 사이에 얼마만큼의 공간이 있으며, 그 사이의 공간을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을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꿈으로 먹고 산다는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연일 급등하고 있는 급등주를 보고 있노라면, 또는 막연한 기대감 급등하는 테마주들을 보면서 종종 감정의 통제가 되지 않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의지하지 않은 상황이 닥쳐올 때 더 좋은 반응이 어떤 건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기만 한다면 투자에 백전구십승(百戰九十勝)은 가능할 것이다.

가장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범하는 투자 실패 원인은 무늬만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다. 올해 서울 행당동에서 벌어진 압축천연가스, CNG버스폭발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K사는 철강구조물의 생산과정에 내부 결함이 있는지 검사하는 사업을 주로 하는 기업이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버스폭발 사고 테마주로 묶였다. 장중 9%까지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급락해버렸다.

무늬만 테마주인 경우 실제 매출에서 테마와 연관된 부분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은 경우가 많다.

'무늬만 테마주'가 난립하면서 거래소가 이를 진화하기 위해 세 가지 실행전략을 마련했다.

테마로 엮인 종목이 해당 테마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회공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특정 계좌에서 실체가 없는 테마주 매매가 집중되면 투자주의와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단계적으로 신호를 주는 '시장경보제도'를 도입하며, 아울러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에게 직접 경고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올 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며 투자자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10월이 다 되가는 지금도 여전히 거래소의 공언에 따른 실행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철밥통’이라는 불명예스런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거래소에 자극이 없어 반응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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