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게임업체인 닌텐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3차원(3D) 영상의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고 동시에 2010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당초 예상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
불황 속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게임기 메이커가 지속되는 엔화 강세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닌텐도는 원래 올 연말 예정이던 3DS 출시 시기를 내년 2월 26일로 연기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3월에나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와타 사토시 닌텐도 사장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연말까지 3DS를 출시하고 싶었지만 올해 안에 내보내면 공급물량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닌텐도는 내년 3월말 끝나는 2010년도 순익 전망을 지난 5월 시점의 2000억엔(약 2조7300억원)에서 절반 이하인 900억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DS’와 거치형 게임기 ‘위(Wii)’의 게임기ㆍ소프트웨어 매출 전망을 하향 수정한 영향이다.
이날 닌텐도의 발표는 최근 지속되는 엔고로 일본 수출형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닌텐도가 그 첫 번째 희생타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일본은행이 29일 발표한 대기업 제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는 3분기에 플러스8로 전기 대비 7포인트 개선됐다.
그러나 15포인트 개선된 2분기에 비해 미진한 개선을 보인데다 오는 4분기에는 엔고와 불안한 세계 경기 상황의 영향을 받아 마이너스로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의 전자기기 메이커들은 최근 2년간 대부분이 적자로 고전, 수익 개선이 최대 목표였다. 닌텐도 역시 지난해 이익 감소로 전환하기 전까지만 해도 5년 연속 흑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실적전망 하향에 따라 올해 순익이 전년도 이상으로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닌텐도의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위’와 ‘DS’ 수요가 침체된데다 스마트폰과 애플의 휴대형 음악플레이어 ‘아이팟 터치’ 등 게임이 가능한 단말기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치명타를 입은 영향이다.
따라서 닌텐도 입장에선 야심차게 준비한 '3DS'가 호조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닌텐도는 2010년도 판매에 대해 3DS는 400만대, 3DS용 소프트웨어는 1500만개로 잡았다. 3DS 가격은 2만5000엔으로 책정될 예정.
MF 글로벌 FXA 증권의 제이 데피버 증권분석책임자는 “3DS 관련 발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닌텐도가 3DS를 올해 안에 2만엔 이하에 출시할 것으로 발표하고 무선접속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타 사장은 이번 설명회에서 3DS의 무선접속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참석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날 오전 도쿄증시에서 닌텐도의 주가는 전일 대비 9.21%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