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산업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의 성장 전략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HP는 성추문으로 물러난 마크 허드 전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으로 유럽의 경쟁업체 SAP의 CEO를 역임했던 레오 아포테커를 영입했다.
소프트웨어산업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레오 아포테커 전 SAP CEO를 영입하면서 HP가 소프트웨어 부문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라고 3일(현지시간) AP통신이 내다봤다.
아포테커 CEO는 “소프트웨어는 회사의 서로 다른 부분을 연결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강화를 통해 HP 기술의 다양한 부분을 실질적으로 잘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P가 회사의 전통적 강점이었던 PC와 프린터 사업부문에서 CEO를 고르지 않고 20년 이상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종에서 종사했던 아포테커를 영입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HP의 향후 전략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알티미터그룹의 레이 왕 애널리스트는 “HP는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면서 “HP가 3~5년 안에 소프트웨어산업에 진출하지 않으면 PC산업의 낮은 수익성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과 각국 정부는 정보통신(IT)업체들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HP와 같은 IT업체들은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솔루션 제공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포화 상태에 이른 하드웨어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익성도 매우 좋다.
HP의 지난 5~7월 매출 307억달러(약 35조원) 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했지만 소프트웨어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1%에 달했다.
HP는 현재 소프트웨어 비중이 여전히 적지만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규모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08년에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을 인수해 서비스 부문을 2배 이상 키운 경험이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HP가 SAP를 인수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것도 회사가 소프트웨어산업에 집중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HP와 이전에 협력 관계였던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올해 네트워크 장비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하고 마크 허드 전 HP CEO를 공동사장으로 영입해 HP의 주요 경쟁 상대로 올라섰다.
IT업체의 또 다른 강자 IBM도 지난주 17억달러에 데이터 분석 및 처리업체 네티자를 인수하는 등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월가는 HP의 아포테커 영입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포테커가 HP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자제품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고 기존 HP를 선도했던 PC 및 프린터 부문의 반발도 예상된다는 것.
아포테커의 CEO 취임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뉴욕증시에서 HP 주가는 전일 대비 3.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