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리며,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는 오만해 보이기 까지하는 윤 장관의 모습은 국정감사 질의 시작부터 나타났다. 질의순서가 바뀌면서 전병헌 의원이 생필품 물가에 대해 따지며 물가관리를 지적하자 윤 장관이 “질의 순서가 바뀐 것을 몰랐다”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성조 기획재정위원장의 지적이 있자 윤 장관은 질의 순서가 바뀐 것을 방금 알았다면서 오히려 통보가 없었던 데 대해 언짢아 하며 불만을 표시, 국감장 참관인들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의 권영세 의원조차 "질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화내는 장관은 처음 봤다"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전병현 의원은 당초 오후에 질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첫 번째로 바뀌면서 답변 자료가 제대로 보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오제세 민주당 의원과도 각을 세웠다. 오 의원이 서민경제의 파탄에 동의하느냐고 질의하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극적인 표현을 삼가달라고 대응했다.
오 의원은 “장관이 어떻게 서민경제 파탄 표현에 자극적인 용어를 썼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같은 윤 장관의 태도가 나온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경기 회복이 빠른 데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금융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데 대한 평가 없이 지적을 당하자 반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획재정부 업무에 G20 정상회의 준비까지 맡으면서 동분서주하는 데 대한 격려보다 비판이 이어지자 서운한 감정에서 나온 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장관은 최근 추석연휴 기간을 끼고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미국 5개국을 순방하며 G20 정상회의를 위한 의제 조율과 설득에 나서고 지난주 29일에야 귀국했다.
윤 장관은 순방 기간 장 클로드 트리쉐 유럽중앙은행 총재,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등 유력 인사들을 만나면서 환대를 받았다.
때문에 쟁쟁한 국제 경제의 거물들에게 환대를 받았던 분위기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장관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6일 IM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다시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을 떠난다.
G20 정상회의 의장으로 세계 주요 인산들을 상대하면서 일국의 국회의원이 우습게 보이지 않았겠느냐는 평가다.
장기간의 출장에 따른 피곤이 쌓였을 수도 있다.
국정감사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귀국한 다음날인 30일에는 국회 예결위원회에 참석하고 1일에는 민주당과의 정책협의회에 참석하는 등 국정감사를 위한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윤 장관이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도 들 수 있다. 11월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개각에서 윤 장관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이유로 유임됐다. 몇 달 남지 않은 임기에서 의원들에게 자존심을 굽힐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감안한다 해도 4일 국감에서의 태도는 평소의 윤 장관 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