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통일 비용을 줄이려면

입력 2010-10-12 11:35 수정 2010-11-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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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의 통일비용은 통합비용, 투자비용, 사회보장비용의 세가지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통합비용이란 동·서독간 상이한 제도를 통합하는데 쓴 비용이다. 투자비용은 서독정부가 동독지역에 투자한 금액으로 통일비용 중 60%를 차지했다.

투자비용은 지역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프라건설에 가장 많이 투입되었다. 사회보장비용은 동독지역 저소득자의 생계지원비용이다. 동·서독간 생산성의 차이로 실업자가 된 근로자들이 주된 지원대상이 되었다.

통일비용이 발생한 첫 번째 원인은 동·서독간 생산성의 격차다. 서독보다 월등히 낮은 생산성 때문에 동독기업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서 통일비용을 높아지게 만든 두 번째 원인은 노동시장 통합이다. 생산성이 낮아도 임금이 충분히 낮으면 고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동시장 통합으로 동독 근로자들이 서독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자, 동독지역 임금이 급속히 상승했다. 아무런 생산성의 개선이 없어도 서독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회비용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임금이 자신이 생산한 가치보다 높아지면 그 근로자는 고용할 수 없다.

통일로 인한 노동시장 통합은 동독지역 임금을 상승시켰고 반년만에 동독지역 실업률은 40%를 넘어서게 되었다. 당시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이 실업자로 남아있다. 통일비용에서 사회보장비용이 많이 들어간 이유이다. 임금이 높아져 민간투자가 유입되지 않자 정부가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서 정부의 투자비용도 증가하게 되었다.

한국이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점진적 통일이다. 북한이 경제개혁과 투자확대로 남한과 비슷한 생산성 수준에 도달한 후에 통일하면 충격이 최소화된다. 서독은 통일비용 축소보다는 통일달성이 더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생산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통일을 미룰 수 없었다.

한국도 통일시점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남·북한간 생산성 격차가 충분히 줄어든 뒤에 통일을 해야한다. 생산성 수준이 비슷해지면 임금이나 생활수준도 비슷해져서 통일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다.

문제는 통합시점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통일시점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면,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음 방안은 노동시장의 통합을 막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통일이 되어 자유나 인권의 문제들이 사라지면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이동하게 될 주된 원인은 소득격차일 것이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이동하게되면 생산성의 개선없이 북한지역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지역 임금이 생산성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노동시장의 통합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노동시장 통합을 막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북한주민들이 스스로 북한지역 거주를 선택하게 해야한다.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북한지역의 토지와 가옥이다. 통일 후 일정기간 이상 북한지역에 머무는 주민들에게만 토지와 가옥을 분배한다면 인구이동을 막는 좋은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생계가 보장이 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생계수준은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집과 토지의 분배가 인구이동을 결정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고 노동시장을 분리할 수 있다. 노동시장이 분리되면 북한지역 임금을 생산성에 맞게 책정할 수 있다. 임금이 낮으면 민간투자가 유입되고 북한지역 생산성도 개선된다. 임금이 생산성증가에 상응하여 상승하면 실업자의 발생을 피하면서 북한지역 주민들의 소득은 증가할 수 있다.

독일통일 이후 한국의 통일비용이 지나치게 과대하게 추정되는 측면이 있다. 잘 연구하고 준비하면 통일의 충격도 줄이고 비싸지 않은 통일도 사실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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