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저마다 생존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위해 공장을 짓고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회사를 분할하기도 한다. 여기에 석유화학기업 삼성토탈이 석유정제업 등록을 마치고 정유업계에 새로 참여함으로써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1위 SK에너지는 이달 말께 증평 산업단지에 전자정보소재 관련 생산 공장 기공식을 갖는다.
이 공장은 편광필름(TAC·Tri-acetyl Cellulose) 혹은 연성회로원판(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오는 2012년까지 편광필름과 연성회로원판의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에너지 증평 산업단지에서는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ㆍLithium-ion Battery Separator)이 생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충남서산산업단지에 연간 하이브리드 자동차 50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의 2차전지 생산이 가능한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SK에너지가 이처럼 신사업과 관련해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내년 1월부터 석유와 화학부문을 물적 분할 키로 한 결정과도 궤를 같이한다. 석유와 화학은 분할되는 회사에 맞기고 SK에너지 당사는 자원개발을 비롯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정보전자 소재 분야와 2차 전지 육성에 공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업계 2위 GS칼텍스는 막대한 투자를 한 고도화설비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값싼 중질유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 휘발유를 뽑아내는 것으로 지상유전이라고도 불린다. 이를 통해 매출과 수출 향상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에 지난 6월 2조6000억원을 들여 완공한 3차 고도화설비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3, 4위인 에스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 또는 다른 대기업과의 시너지를 노린다. 에스오일은 STX그룹과 손잡고 해외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고도화 설비 투자 등 전열을 정비할 계획이다.
정유업계의 또 다른 변화도 있다. 석유화학기업 삼성토탈이 이달 초 석유정제업 등록을 마치며 제5의 정유업체로 올라선 것. 삼성토탈은 올해 초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충남 대산공장에 연간 4만t의 LPG를 비축할 수 있는 저장탱크를 짓고 판매에 나섰다. 휘발유와 항공유도 지난 8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정제업 등록이 본격적인 정유업 진출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가스와 휘발유 등 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도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5월부터 휘발유,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시장에 진출해 현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 비중을 2012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