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하이닉스, 사상 첫 영업익 1조.. 새주인 찾기 최대과제

입력 2010-10-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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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장기 표류하자 포스코식 대안 떠올라.. 올해만 대주주 4번째 바뀌기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지난 2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보다 4%포인트 오른 32%에 달했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주인 찾기다.

현재 하이닉스는 뚜렷한 주인 없이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라 불리는 채권단이 사실상 주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메모리산업이 갖고 있는 자본, 기술, 지식 집약적 산업 특성상 훌륭한 주인을 찾는 게 중요한 상황.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도 “주인을 찾게 되면 지속가능성과 지배구조, 경영환경 등이 모두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하이닉스 주인찾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차 매각에서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대통령 사돈기업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채권단은 올해 2차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또 다시 무산됐다.

유력한 후보였던 LG그룹은 채권단의 인수 제안과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의 공개 구애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거절했다. 최근 하이닉스와의 인연이 있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새로운 대표로 취임하면서 다시 LG의 하이닉스 인수설이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는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매각하면서 매각 주간사에 의뢰해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중이다.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포스코식 지배구조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 때 정부와 산업은행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을 1인당 3% 이내로 제한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한 바있다. 하이닉스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주협의회가 우호 주주들을 중심으로 분산 매각한 후 이사회가 중심이 되는 지배구조를 가져가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현재 뚜렷한 단일 최대주주 없이 지분이 분산돼 있고 이사회가 중심이 돼 회사가 운영된다. 이사회는 사외이사(8명)가 사내이사(5명)보다 많다.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심사를 거친 사내이사 가운데서 뽑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도 지난 3월 권오철 대표이사와 김종갑 이사회 의장 투톱체제가 확정되면서 포스코식 지배구조 따라가기에 시동을 걸었다.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와 이를 감시하는 이사회 의장으로 분리된 것. 이는 상호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내부통제가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이사회 의장으로 분산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불협화음이 문제점으로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에 대한 찬반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너체제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 반도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듯이 확실한 ‘오너’가 없을 경우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D램 시장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세계 2위를 지켜내는 성과를 냈고 이를 통해 얻은 하이닉스 내부 경영 역량, 그리고 공정 기술과 양산 경쟁력에서 후발주자가 따라 올 수 없는 선두권 지위를 확고히 한 점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로도 충분히 승부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하이닉스에게 특징적인 것은 최대주주가 올 초부터 지난 8월까지 무려 3번이나 바뀌었다는 것. 지난 3월 한 달 사이에 대주주가 외환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로, 다시 미래에셋으로 바뀌었고 8월엔 정책금융공사가 다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는 채권단이 소유지분을 블록세일 등으로 팔아치우면서 벌어진 현상. 매각 작업이 성과 없이 지속되면서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지분을 팔아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엔 또 다시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국민연금공단(6.08%)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는 단기적인 매매보다 중장기적인 측면을 바라보는 국민연금공단 특성상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에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호재다.

현재 하아닉스의 지분 소유 구조를 보면 채권단 주식관리협의회가 15%, 국내기관 28%, 개인 37.2%, 외국인 19.8%이다. 이 중 채권단이 매각을 위해 제한한 매각제한 지분율인 15%에는 외환은행 3.4%, 우리은행 3.3%, 한국정책금융공사 2.6%(주식관리협의회 이외 지분 합산하면 5.5%), 신한은행 2.5%, 신한BNP 파리바자산운용 0.5%, 농협 중앙회 0.5%, 대우증권 0.3%, 우리투자증권 0.3% 등이 포함됐다.

하이닉스는 현재 국내 8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중 실리콘화일(29.74%)만 상장사다. 비상장사로는 하이닉스엔지니어링(99.65%), 하이스텍(99.65%), 하이닉스인재개발원(99.65%), 하이로지텍(99.65%), 아미파워(99.65%), 큐알티반도체(100%),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100%) 등이 있다.

하이닉스는 오는 2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상반기 동안 놀라운 실적을 보여줬던 하이닉스는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훌륭한 주인을 찾기에도 더 유리하다. 이에 따라 3분기 하이닉스 실적에도 관심이 높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하이닉스 3분기 예상 매출액이 3조1700억원, 영업이익 962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가 김영찬 연구원은 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추정치를 상회한 1조70억원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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