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곡에 따른 무역 불균형이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는 14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기록적인 약세를 보였다. 6개 주요국 통화에 대한 가중평균치인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는 중국 위안화와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에 대해선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고 엔화에 대해서는 15년만에, 유로에 대해서는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외 급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러 매도세가 급유입된 배경이다.
싱가포르 금융관리청(MAS)이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싱가포르 달러의 거래 밴드를 확대하고 점진적 통화절상을 유지한 것도 달러 약세에 일조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위기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한 선진국과 과열이 우려될 만큼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신흥시장간의 격차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준의 양적완화 관측에 따른 달러 약세로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은 자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가자 미국의 수출 위주 경기부양 전략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고위 정책당국자는 "연준의 추가 완화 공세는 경쟁국들의 희생을 대가로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BNY멜론의 사이먼 데릭 수석 통화 투자전략가는 "단기적으로 미국은 달러 약세를 통해 경기회복을 돕는다는 점에서 환율전쟁의 승자가 되겠지만 결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다른 경제국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유럽연합(EU) 당국자들과 만남을 갖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환율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쿠드린 장관은 "환율의 비정상적인 흐름의 원인은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무부가 15일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처음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 역시 환율조작국의 범주에 들어섰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자국의 경기를 자극하고자 지속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 약세를 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화의 경우 달러에 대해 80엔대로 15년래 최고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인 일본의 도요타는 주력 차종인 '코롤라'의 수출을 중단키로 하는 등 향후 일본 수출산업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다 미국의 통화약세 정책이 달러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상품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구리는 t당 8490달러로 2년래 최고치로 뛰었고, 금 값은 온스당 13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UBS파이낸셜 서비스의 아트 캐신 이사는 "연준의 양적완화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자국통화의 가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연준의 양적완화 확대는 이러한 시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무역 불균형을 초래해 미국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