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테스트 전문업체인 엔블릭의 서효원 대표(34)가 그 주인공. 지금까지 테스트 해본 게임만 100여개라는 서 대표는 최근 NHN을 그만두고 PC 게임을 다양하게 테스트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게임 전용 FGT(Focus group test) 스튜디오’를 서초동에 오픈해 관심을 모았다.
북미나 유럽, 일본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FGT를 기반으로 해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게임’만을 위한 테스트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전무했다.
국내에 없는 전문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엔블릭 스튜디오’가 게임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한 번 찾아가 보았다.
게임 전용 FGT 스튜디오라는 말만 듣고 처음 찾아갔을 때 분명 PC방처럼 컴퓨터가 꽉 들어찬 답답한 공간을 상상했는데 30평 남짓한 공간을 심플하게 디자인해 훨씬 넓어 보이고 아늑했다.
8대의 컴퓨터가 놓인 테스트 룸은 한쪽 벽면이 전면 유리로 돼 있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빛이 밝게 들어와 따로 조명을 켤 필요도 없어 보였다. 또 유리창 밖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있고 나무가 우거져 게임을 하다가 밖을 쳐다보면 눈의 피로가 다 풀릴 것 같았다.
보통 사용자들이 게임을 테스트 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게 되는데 이 스튜디오는 옆방에 모니터링 룸을 따로 두고 사용자들이 게임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과감한 시도를 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모니터링 룸과 테스트 룸 사이에 특수 필름을 씌운 유리창을 두고 퍼블리셔나 개발사 관계자들만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테스터의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다.
모니터링 룸에는 게임 플레이 화면을 관찰 및 녹화할 수 있는 전문 장비들을 갖추고 있었다. 서 대표는 이것이 방송국들만 갖추고 있는 고가의 장비라고 설명했다.
또 8시간씩 플레이를 한다면 최장 3일 녹화가 가능해 플레이 패턴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고 뇌파 분석 장비도 있었다. 서 대표는 뇌파를 분석해보면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게임을 할 때 집중을 하고 있는지, 긴장을 하고 있는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지 구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테스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서 대표는 그 전에 먼저 FGT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FGT라는 이름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게임의 주요 타깃층을 대상으로 재미와 수정 사항 등을 점검하는 ‘정성평가’의 하나다. 버그 테스트를 하는 ‘QA(품질관리)’와는 다른 것이다.
서 대표는 사용자들이 게임을 해보고 ‘쉽다’고 말했다면 그것이 단순히 쉽다고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어떤 부분이 쉬운지를 분석해낸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게임의 개발정도를 파악해 향후 방향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개발 일정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FGT의 핵심은 ‘대화’로 얼마나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잘 캐치해내는지에 달려있다고 서 대표는 강조했다. 평소에 머리를 풀던 여자 테스터가 게임을 하기 전 머리를 묶고 시작했다든지하는 사소한 리액션도 잘 관찰해야 하고 그만큼 노하우가 풍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한국의 게임퀄리티는 매우 높아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재미 요소들이 사람들한테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단시간 집중적으로 게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기존 CBT보다 실제 사용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FGT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잘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런 테스트를 통해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