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린다더니...딱 한달 반짝하고 끝났지요"

입력 2010-10-19 11:34 수정 2010-10-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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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통 1주년...인천대교를 가다

"인천대교가 개통되기 시작한 작년 10월에 회 드시러 손님들이 많이 왔어. 전라도, 강원도 방방곡곡에서 다리 보겠다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구경 왔지. 덕분에 매출도 좋았어. 장사가 무척 잘 돼 급히 계약해 문 연 데도 꽤 있었고. 그렇게 몇 달 갈 줄 알았어. 근데 딱 한 달뿐이었어. 그 후에는 영 손님이 없어. 곧바로 문 닫은 집도 5~6군데 될 걸. 지금은 계약기간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장사하는 집이 꽤 돼."

인천대교 근처 무의도 회센터(영종도)에서 청호회조개구이집을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운영해온 박명자(가명ㆍ58)씨. 그녀는 인천대교가 생긴 직후 딱 한 달을 제외하곤 인천대교 덕을 본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 국제신도시를 연결하는 21.4km 국내 최장 인천대교. 공사기간 4년 4개월, 공사비 2조4566억원(민자8231억+국고1조6335억)을 들여 지어졌다. 이로써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도착시간이 56분에서 16분으로 40분이 단축됐다. 인천이 미래에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로서 발전해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천대교가 개통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경제적 효과는 의문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17년 동안 택시영업을 해왔다는 김정필(47.용현동)씨. 그는 인천대교가 들어선 후 인천시민들의 삶은 별반 달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천사람들은 영종도 갈 일이 거의 없어. 영종도 공사를 위해 왔다 갔다 하는 화물차나 버스, 영종도로 출퇴근 이들 자가용이나 좀 왕래 하는 수준이지. (인천대교는)나도 지금껏 2번가 봤어. 낚시하러 아니면 갈 일이 있나."

실제로 새로이 단장된 쭉 뻗은 송도국제도시 내 도로를 간간히 오가는 버스 안은 한산했다. 지난 15일 오후 쉐라톤인천호텔 앞을 지나가는 버스 3대 중 2대는 사람이 아무도 타지 않았고 1대에만 늦은 오후 등교하는 인천대학교 학생 12명 정도가 승차해 있었다.

김 씨는 또 그나마 송도를 오는 인천사람들도 영종대교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영종대교를 건너야 통행요금을 아낄 수 있는 데다 버스노선도 영종대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중간지점보다 아래에 위치한 용현동 사람들만 해도 영종대교로 더 많이 건너가. 화물선착장 가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인천대교는 버스가 303번 1대 뿐이지만 영종대교를 오가는 버스는 많거든. 통행료만 해도 그래. 지금 인천대교 통행료는 5500원인데 영종대교는 2분의 1도 안되지."

인천대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5년 간 갈비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용주(38)씨도 인천대교로 손님이 늘어나진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송도국제도시 내 공사장 인부들이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는 공항 왕래하시는 분들이 지나치는 곳이지, 굳이 들러서 밥을 사드시고 가는 외지 분들은 없다"며 "주변 음식점들도 인천대교 개통된 후에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천대교 개통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인천대교 근처에서 A공인중개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한참 송도불패라고 해서 잘 나갔을 때 분양이 잘됐다. 그런데 작년 12월을 끝으로 1월부터는 분양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짓고 있는 것들은 다 예전에 분양된 아파트들이다. 인천대교가 생겨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인천 송도를 첨단산업중심도시로,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는 항공물류의 중심허브로, 청라는 국제금융 및 관광레저 허브도시로 육성시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일환 중에 하나가 인천대교 건설이다. 도시발전에서 교통은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인천시 산하 인천발전연구원이 작년 11월 '인천대교 개통에 따른 기대효과' 자료에 따르면 인천대교로 인해 지역소득 증가, 지방세수 증대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경제수치로 환산하면 총생산유발액 20조5207억, 부가가치유발액 7조3404억, 25만385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인천공항 접근성 개선에 따른 인적 수송 부분을 포함한 물류비용은 연간 약 4800억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 외에도 인천대교 개통으로 차량 운행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환경보호 효과, 관광객 증가 등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앞의 사례처럼 각종 첨단 공법과 첨단 정보기술이 동원된 교량교통관리로 '디지털 바다고속도로'로도 지정된 인천대교가 인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영종도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 제3연육도 건설의 사업성검토 용역작업을 진행중이다.

인천대교 관리ㆍ운영업체인 인천대교㈜가 권선택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에게 지난 15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대교 통행량은 개통 1달을 제외하고는 인천대교 통행량은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증가추세는 미미하며 보전금까지 지불돼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개통 1주년인 인천대교 하루 평균 통행량은 2만5000여대로 예상한 1일 평균 통행량 3만5000여대의 72% 수준으로 12억원을 보전 받을 예정이다. 인천대교㈜는 개통 후 15년간 연평균 통행량이 예측치의 80% 미만일 경우 정부로부터 통행료 수입을 보전 받도록 약정돼 있다.

이에 대해 오성호 국토연구원 박사는 "다리의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1년보다는 더 오랜 기간 동안 방문객수, 지역내총생산(GRDP),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영종도와 송도의 균형발전이 필수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통 1년을 맞은 인천대교가 당초 예상보다 통행량이 적어 국민세금으로 12억원의 보전금이 투입되는 등 당초 기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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