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남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내와 자식을 때릴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아랍에미리트(UAE) 법원에서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UAE 연방 대법원은 아내와 딸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한 남성의 상고심에서 500디르함(약 16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18일 전했다.
UAE 대법원은 이 남성의 폭력으로 아내의 몸에 상처가 남은 것은 이슬람 샤리아법이 허용하고 있는 남편의 징벌권을 남용한 증거라면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샤리아법에 따르면 남성은 경고와 동침 거부 등 2가지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때리는 행위를 포함해 아내를 징벌할 수 있다. 샤리아법은 다만 폭력 수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징벌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 아내와 딸의 몸에 상처가 남지 않았다면 남편의 폭력행위가 무죄로 판결될 수 있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UAE 타바 연구재단의 지하드 하심 브라운 연구원은 "아내의 존엄성을 모욕하는 것은 샤리아법에서도 엄연히 불법으로 간주된다"며 "남편의 징벌권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샤리아법에 명백하게 명문화돼 있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원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UAE대학의 샤리아법 연구회 대표인 아흐메드 알-쿠바이시는 샤리아법에 따라 아내를 때리는 것은 가정 파괴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내가 잘못한 일을 저질렀을 땐 남편은 그녀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가족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될 땐 때리는 행위가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은 딸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아내를 때렸다며, 자신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과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심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