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고공행진으로 '주식회사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기업들이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올해 회계연도 하반기(2010년 10월~2011년 3월) 상정환율을 엔고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하반기 환율을 달러당 80~85엔으로 당초 계획보다 5엔 가량 낮춰 잡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혼다는 달러당 85엔에서 80엔으로 변경했고 소니는 90엔에서 80엔대 전반으로 수정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이미 환율 조정을 끝낸 기업도 있다.
자동차 부품 메이커인 F테크는 하반기 환율을 85엔에서 82엔으로 변경했다. 의약기기 업체인 데루모와 사무용품 업체인 도요잉크도 엔고 방향으로 수정, 올해 상반기(4~9월) 결산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신문은 엔화 값이 지금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올해 평균 환율은 달러당 85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 달러당 100엔이던 엔화 값이 불과 2년동안 15엔이나 오른 셈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엔화가 1엔 오를 경우 400개 상장사의 경상이익이 0.5% 감소한다. 혼다의 경우 엔화가 1엔 오를 때마다 연간 170억엔(약 2342억원), 소니는 20억엔의 영업이익이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적인 엔화 강세로 그동안 잠잠하던 주요 자동차 업계의 총수들이 정부에 엔고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18일 “미국 등 해외 중앙은행들은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와 일본은행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일본은 제조를 혁신하는 곳으로서 중요하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정부에 일침을 놨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도 같은 날 나고야 시내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정부가 자동차 업계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화 값이 아무리 올라도 일본 내 생산을 고수하겠다”며 “도요타가 (일본 내 생산을 줄이면) 제조로 살아남아온 일본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위기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요다 사장은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국 메이커 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엔고로 일본 내 생산이) 불리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더라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엔고 대책을 주문했다
도요다 사장은 지난달 중순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100만대 생산이 줄면 그룹에서 12만명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으로 엔고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해외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1.22엔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