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전직 '과거'는 잊어라

입력 2010-10-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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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처럼 이력서도 작성, 퇴직 후 공백기간 짧을수록 유리

최근 퇴직한 김 모씨(56)는 새 직장을 찾지못해 하루하루가 버겁다. 국내 굴지의 건설 분야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그지만 막상 퇴직하고 보니 자신이 만족할 만한 조건의 새 직장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눈높이를 낮추자니 과거에 받았던 급여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란다”고 새 직장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1955년~1963년에 출생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퇴직 시기에 접어들었다. 1955년생은 올해로 기업의 일반 정년 연령인 55세가 돼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른바‘썰물 은퇴’가 시작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14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 중 75.8%에 해당하는 549만 명의 취업자가 올해부터 10년간 현장을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인생 2모작이 아닌 3~4모작까지 바라볼 정도로 평균 수명은 늘어났고, 의료 복지 환경 개선으로 앞으로 수명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정년은 55세에 불과, 한창 일할 나이에 일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올해부터 퇴직자가 몰리는 만큼 재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20대 취업할 당시 한국 경제는 고속성장을 구가 하던 때였다. 중화학공업, 철강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에 많은 인력이 몰렸다. 통계청의 200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상용근로자 중 제조업 분야는 27.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교육서비스(12.1%), 공공행정(10.2%)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취업 당시를 회상하며“지금처럼 취업난이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력서를 들고 다니며 전전긍긍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50대 이후 퇴직자들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 중 하나다.

취업 컨설팅 회사들은“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 베이비붐 세대들을 보면 이력서 한번 안 써본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이들을 다시 취업 준비생의 마음가짐으로 돌려놓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꼼꼼히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과거를 잊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임원 출신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 과거 수준의 대우를 바란다면 재취업은 그에 비례해 난망해 진다고 충고한다.

실제 정보기술(IT)·전자 업계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이 모씨(53)는 헤드헌터 등을 통한 면접 요구가 수 차례 있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내가 대기업 임원이었는데...”라는 생각에 면접응시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이씨는“나름 국내에서 매출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의 임원 자리였으나 경쟁률이 10대1이라는 얘기를 듣고 지레 면접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재취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됐다. 좋은 직장을 바랄 수록 더욱 그렇다. 안일한 태도로 재취업에 임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고용시장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한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는“기업에서 임원급 인사를 뽑을 때는 퇴직 후 오랜 시간을 쉰 사람보다 막 퇴직한 사람, 또 그 보다는 아직 현직에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대기업 출신이면 근무했던 대기업으로부터 전관예우까지 기대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 누가 재취업에 성공할까? 전문가들은 미리부터 퇴직이 올 것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재취업에도 성공한다고 분석한다.

국내 대기업 임원 등 고급 인력 소개와 상담 만을 9년 째 맡고있는 커리어캐어 박선규 대표 컨설턴트는 “직장을 떠나기 전부터 퇴직 사실을 주변에 알리며 긍정적으로 준비해 오는 사람들이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도 높다”며 “재취업자는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난 성과가 지원할 회사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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