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재가 만든 오늘의 삼성

입력 2010-10-20 11:28 수정 2010-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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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고 뽑아 세계최고로…'代 잇는 ‘인재 사랑'

‘믿지 못하면 맡기지 않고, 일단 맡겼으면 끝까지 믿는다.(擬人不用 用人勿疑)’.

이 말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인재등용에 대한 원칙이자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재경영’의 철칙같은 말이다.

삼성그룹 스스로도 ‘인재’를 존재이유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의 인재경영은 ‘삼성맨’이라는 브랜드로 대변된다. 삼성그룹의 인재 철학은 고 이병철 회장(사진)에게서 비롯된다. 이 회장은 생전에 자택 거실에 신입사원 교육 일정을 걸어놓을 정도로 청년 인재에 애착이 컸다. 이 회장은 ‘기업이 곧 사람이다’는 인식을 갖고 인재 양성에 주력해 오늘의 삼성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경영에 대한 애착도 선친에 못지 않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제2의 신경영을 주창하며 “21세기에는 소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리고, 기업과 국가 발전을 이끈다”는 ‘천재경영’을 강조했다.

삼성 인재경영의 정수는 우수인재 채용에 그치지 않고 각 직급별로 시행되는 각종 교육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직급별로 시행되는 각종 교육을 통해 우수인재로 길러지고, 그들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됐을 때 후배직원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인재경영에 내포돼 있다.

국내 최고기업을 넘어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의 원동력인 ‘인재경영’에 대해서 살펴본다.

◇ 이건희 회장, “최고의 인재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라”=삼성의 인재경영이 빛을 발하는 원동력은 바로 최고의 대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예전부터 “사장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과장이 나올 수도 있다”며 “최고의 인재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한다”고 강조해왔다.

삼성은 지난 2003년 이 회장의 ‘천재 경영’ 설파 이후 최고의 인재를 찾는데 주력했으며, 이들은 S, A, H급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인 지난 2002년부터 이 회장이 직접 계열사 별로 월 1회씩 핵심인력확보 실적을 챙기기도 했다. 구조조정본부 인력팀에서 계열사의 핵심인력확보 진척상황을 보고하면 이 회장이 직접 검토한 뒤 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계열사 사장이나 인사팀장을 직접 불러 독려하기도 했다.

삼성은 S급 인재들에게는 파격적인 연봉과 과감한 스톡옵션 등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해줬다.

삼성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보증되지 않은 인재들이 삼성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룹은 이들이 세계 제1 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주면 그들로 인해 삼성이라는 조직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논산훈련소 버금가는 삼성의 교육제도= 삼성의 강점은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도 있지만, 기존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우수인재로 양성하는 점이다.

지난 2002년 이후 사토시 산요 사장이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 삼성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에 감동받아 경영교육 콘텐츠를 구매해 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 교육의 중심에는 삼성인력개발원이 있다. 지난 1982년 종합연수원 호암관 개관으로 시작된 삼성인력개발원은 1990년 현재의 삼성인력개발원으로 명칭을 바꾼 뒤 삼성 임직원들의 능력함양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의 인력교육은 크게 △SVP(Samsung shared value program, 가치공유 프로그램)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am, 리더양성 프로그램) △SGP(Samsung global expert program,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SVP는 삼성의 모든 임직원을 한 방향으로 결속시키는 가치공유 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 입문교육과 하계 수련대회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4주 기간의 합숙형태로 운영되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새벽 5시50분에 기상해 밤 9시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돼 신병교육대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삼성물산의 2년차 직원은 “신입사원 입문교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좋은 추억도 많았지만 ‘삼성맨’이 되기 위한 혹독한 과정으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SLP는 관리자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1995년부터 매년 우수 인력을 대상으로 해외명문 비즈니스 스쿨과 국내 주요 경영대학원에 2년간 파견, 경영실무 지식과 글로벌 경영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핵심부장들은 5개월간 임원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 참여여부가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 승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장급에게는 반드시 들어가고 싶은 교육과정이다.

삼성 교육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SGP 과정 중 지역전문가제도다.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 6개월~1년을 보내면서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현지화된 인력을 확보하고 방대한 지역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테크노MBA 과정은 이공계 인력이 미래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경영 등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이외에도 해외 주재원 파견 전 업무와 함께 현지 비즈니스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전문가 과정과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육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은 각종 교육의 세부과정은 철저하게 대외비에 부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교육방식은 특허에 준하게 보안이 유지된다”며 “어떤 신기술 못지않게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그룹 경영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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