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를 외교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18일부터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할 예정인 희토류의 통관 수속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희토류 수입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몇 주간 서방권으로 희토류 선적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보다 광범위한 수출 금지 조치가 18일 오전부터 실시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미 수출이 규제된 일본에서는 일방적으로 수출 중단을 통보받은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일 수출을 규제해보니 파급이 예상보다 커서 외교 카드로서도 희토류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미국과 유럽 수출도 규제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는 언론을 통해 “수출 규제는 오보”라고 반박했지만 일본 수출 관계자들은 “세관에서 희토류 수출 통관이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토로했다.
희토류는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산지는 중국 북부의 내몽고 자치구와 남부의 장시성 등에 집중돼 있으나 중국 정부는 현재 100개 가량인 채굴업체를 20개 정도로 줄여 국유화한다는 방침이다.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전략 자원'으로서의 수명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 올해 수출 범위를 전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중국 측은 궁극적인 목적이 ‘환경 보호’라고 반복하지만 사실은 ‘가격 인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로 자동차와 가전 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나 절전형 가전 등 최첨단 제품의 제조에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 공급이 끊기면 생산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센카쿠 열도에서의 선박 충돌 사태 이후 된서리를 맞은 일본 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9월 이후 희토류와 관련된 30개 기업 중 2개사만이 중국에서 희토류를 들여올 수 있었다.
대형 상사인 소지쓰는 내년 일본의 희토류 수요가 3만2000t에 달하지만 30%에 해당하는 1만t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기업 중에는 11월 초까지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면 가동을 중단할 지경에 처하는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현재 중국에서의 희토류 생산은 세계의 90%가 넘지만 매장량은 30%에 불과해 지금 같은 수준으로 희토류를 생산할 경우 2015~202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