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기업군인 삼성과 SK의 관계가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력사업에서는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차세대 성장 사업에서는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휴대폰 사업에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그룹 내 화학계열사인 SK케미칼도 삼성전자에 전자재료를 공급하는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는 지난 18일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마감된 의료기기업체 메디슨 인수전에 나란히 참여함으로써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은 10월 중 본 입찰 후보를 선정하고 다음달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 업체로 GE, 필립스, 지멘스, 도시바에 이어 이 분야 세계 시장에서 5위에 올라있다.
양사가 메디슨 인수 경쟁에 나선 이유는 차세대 주력사업인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꼽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메디슨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4월에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 지분 68.1%를 인수하고 6월에는 중소병원용 혈액검사기를 출시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혈액검사기 등 체외진단 분야부터 진출해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누적투자해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장기 전략도 마련했다.
SK도 3대 핵심 신규사업 분야 중 하나인‘산업혁신기술 개발(Enabler)’에 헬스케어와 바이오 사업을 포함시키고 오는 2020년까지 8조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인 SK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과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헬스케어를 비롯한 생명과학 사업에 나선 상태다.
특별히 부딛히는 분야가 많지 않았던 양 그룹이 나란히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이번 메디슨 M&A 대결은 시작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삼성과 SK는 경쟁 구도보다는 동맹 구조가 더 익숙한 관계다. KT가 애플과 손잡고 아이폰을 내놨을 때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갤럭시S를 출시하며 대항마로 나섰다.
오는 11월 출시할 것으로 보는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도 SK텔레콤으로 출시된다. 갤럭시탭은 KT를 통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 아이패드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화학계열사인 SK케미칼도 삼성전자와는 협력 관계다. SK케미칼은 지난 6월 친환경 고기능성 소재 PETG(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글리콜)의 용도를 LCD TV용 다리, 드럼세탁기 투명창, 냉장고 캐비닛 투명문 등 가전제품용으로 개발해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제일모직이란 화학계열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관계를 가져간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 처럼 동맹에서 경쟁으로 나가는 양 그룹이 재계의 신(新) 라이벌 구조를 형성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