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믈리에 미래직업으로 각광

입력 2010-10-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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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선택·구매·유통까지 전문가로서 자리매김

▲일본 채소&과일 협회에서 시작한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는 일본채소소믈리에와 정기적으로 교류를 가지고 있다.(사진=한국채소믈리에협회)

쇼호스트인 석혜림(30·서울시 송파구)씨는 농수산홈쇼핑에서 식품 방송만 5년차다. 베테랑인 석 씨지만 좀 더 전문적인 방송진행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석 씨가 선택한 것은 채소소믈리에였다.

채소소믈리에협회 소개자료에 따르면 채소소믈리에는 2002년 일본에서 창설된 일본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에서 시작됐다. 정식 명칭은 베지터블 & 후르츠 마이스터이며 채소, 과일의 지식을 학습해 그 맛과 즐거움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스페셜 리스트라고 정의돼 있다.

지난 7월 채소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석 씨는 자신이 소개하는 식품의 명품화를 추구했다. 와인소믈리에가 와인에 대한 해설을 통해서 그 와인이 명품으로 빛나듯이 같은 호두제품을 방송하더라도 채소소믈리에가 된 후에는 잡곡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채소소믈리에가 된 후 석 씨의 방송은 고객들에게 ‘명품 방송’으로 통한다. 이전의 홈쇼핑이 물건을 파는 데만 집중했다면 석 씨의 방송은 가치있는 정보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석 씨가 진행하는 홈쇼핑 시청률이 오른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새로운 홈쇼핑’이라는 반응까지 오고 있다. 석 씨는 “채소소믈리에가 되니깐 소비자에게 무조건 파는 것이 아닌 정보 전달자로서 이미지 개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석 씨는 “농수산홈쇼핑이 매주 목요일마다 채소소믈리에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을 할 계획이 있다”며“채소소믈리에를 통해 앞으로 자신이 방송을 할 기회가 늘어난 셈”이라고 전했다.

▲채소소믈리에 교육은 실내 시청각 및 조리 실습 뿐만 아니라 채소가 나는 현장에서도 이뤄진다. (사진=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

채소소믈리에는 최근 가수 윤손하씨와 드라마 선덕여왕에 출현한 탤런트 서영희씨 등 연예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올해 1월 기준으로 약 3만 1000여명이 활동할 정도로 신종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격증이다.

일본에서는 채소소믈리에의 최고위 과정인 시니어마이스터의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하다. 유명 채소소믈리에는 방송인으로 각광받을 정도다. 게다가 채소소믈리에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채소가게가 있으며 공신력 높은 인증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8월30일을 ‘채소의 날’로 지정해 행사와 할인 이벤트를 펼치는 것도 채소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는 김은경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장을 중심으로 2009년 11월 28일에 첫 강의가 시작됐다. 현재 3기까지 68명이 배출됐다. 그러나 아직 한국 자체적으로 발급되는 자격증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주니어 마이스터과정은 하루 2시간 7회의 강의를 들은 후 과제를 제출하고 수료시험을 본 후 합격하면 일본채소소믈리에협회에서 자격증이 나온다.

주니어 마이스터의 경우 합격률이 75~85퍼센트 정도지만 시니어의 경우 2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8년 역사의 일본에도 시니어 마이스터가 40여명 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위 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증거다.

채소소믈리에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며 요리를 즐기는 가정주부부터 식품가공업종사자, 영농후계자, 방송인, 영양사, 아동 요리 전문가 등 다양하다. 채소소믈리에의 교육과정은 채소·과일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영양과 품종 등 상세한 지식, 재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요리법, 그리고 현장을 발로 뛰면서 생산과 유통, 판매와 소비까지 이르는 과일과 채소의 이력을 조사하는 과제를 포함한다.

특이한 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소나 과일을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의무적으로 섭취한다. 하지만 채소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은 감동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감동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 마음이 극진해야 그다음 단계인 이웃에게 전파하는 일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시선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강의실 뿐만 아니라 직접 밭, 도매시장, 슈퍼마켓 등을 찾아가게한다. 덕분에 채소소믈리에들은 철저한 현장주의다. 강남의 외국계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성미(전자제품인증엔지니어·28)씨는 “채소소믈리에가 된 이후 농촌의 밭에서 직접 채소를 사게됐다”며 “돈도 아끼고 채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제대로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철저한 교육 때문에 사회 현장에서 채소소믈리에의 입지도 튼튼해지고 있다. 양평에 사는 송경섭(절골농원 실장·35)씨는 채소소믈리에가 된 후 고정고객이 10~20%나 늘었다. 채소소믈리에 전문 자격증을 지닌 것만으로도 고객들이 송 씨를 믿었기 때문이다. 송 씨는“채소소믈리에가 된 후에 자신의 입지도가 올라갔다”며 “채소소믈리에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리연구가 이규선(33·서대문구)씨는“채소소믈리에 자격을 얻은 후 자연음식연구소에 강의를 나가게 됐다”며 “요리연구가이기만 할 때보다 수입이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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