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비자금 수사 불똥튈라" 덜덜

입력 2010-10-21 11:12 수정 2010-10-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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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재정부·공정위, 기업비리 수사 확대 파장

- 재계, 경기예측 어려워 사업계획수립 난항 중‘설상가상’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태광그룹의 편.불법 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 여파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차명계좌나 비자금 등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감하게 칼을 들이댄다는 뜻을 비치면서 태광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제도개선과 관리감독 강화라는 두 가지 카드를 모두 쓴다는 방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차명계좌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토하겠다”고 밝혀 필요한 경우 관련법령의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윤 장관은 특히 감독당국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 “감독당국의 역할과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해 금융감독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이현동 국세청장도 최근 법무·회계법인 대표와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대주주의 탈세에 대해 강력 대응방침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공정위는 국내 재벌그룹에서 만연하고 있는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감시를 철저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정위는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심사 지침을 12월에 개정할 계획이다. 이 지침에는 내부지원의 규모와 기준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계나 재계의 굵직한 비리관련 사건을 전담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최근 대기업들에 대한 비리혐의를 포착,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재계 전반에 대한 사정 국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는 21일 C&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향후 이어질 수사의 칼날이 어느 기업으로 향하게 될 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정당국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에 과감하게 칼을 들이대는 배경에는 그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하반기 목표로 내세운 ‘공정사회 건설’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기업들의 비리행위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을 때 국민여론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최근 정부당국의 이같은 행보에 긴장과 함께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투명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기업 압박 수위가 지나친 면이 있다”며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사회분위기는 대기업을 더욱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권 후반기에 레임덕 방지를 위해 대기업 비리 수사가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기업 비리수사의 확산에 재계 뿐만 아니라 관가도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봐주기 식’ 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사정의 칼날이 재계를 넘어 관가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혐의 조사과정에서 국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기관과의 유착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태광그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은 2007년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1000억원대의 탈세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태광그룹이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감사원 등을 통해 관련부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불·탑법 행위에 대해 사정당국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시기에 대기업들의 비리에 관한 수사가 연이어 이어지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 고위층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질 것은 예견했지만 사정당국까지 총동원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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