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SSM) 롯데슈퍼의 기습 출점이 이어지면서 주변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점에 이어 21일에는 용산구 문배동 원효로 점을 기습적으로 오픈했다.
주변상인들에 따르면 원효로점은 공사기간인 지난 19일까지 ‘스시뷔페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대학로점 오픈 전에는 피자집 리모델링 중이라고 한 뒤 개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날 문을 연 원효로점은 ‘리첸시아’주상복합 1층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슈퍼의 이같은 눈속임 개점이 이어지자 주변상인들은 물론 시민들까지도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내 재계 5위 유통대기업인 롯데그룹이 벌이는 일 치고는 매우‘치졸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상인들은 “대학로에서도 상인들이 롯데슈퍼에 피자집으로 속았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스시집이냐”며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국내 대기업이 이런 꼼수를 부린다는게 참 어이없고 치졸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롯데슈퍼의 기습출점과 관련, 대기업이 최소한의 상도덕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대해 롯데수퍼 관계자는 “스시뷔페 입점 예정 프랭카드는 19일이 아닌 15일 날 철수됐고 건물 시행사측에서 시푸드 레스토랑 입점을 추진했으나 무산돼 우리 쪽으로 제안이 들어온 것”이라며 “아무 안내문 없이 공사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의 SSM 입점 방식은 하루아침에 간판을 바꿔다는 일명 ‘리뱃지(rebadge)’ 전략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서는 지역상공인들과 마찰없이 입점하는 롯데만의 노하우로 마찰이 심했던 경쟁사들이 부러워했을 정도로 훌륭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모든 계약과 인테리어까지 다 마치고 난 후 밤중에 간판만 바꿔달아 주변상인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대학로점과 원효로점 등 외에도 미아점과 홍제점, 가락점, 평택점, 송파점, 이천점, 안성점, 전주 송천동점, 경남 합천점, 부산 좌동점 등을 리뱃지 전략으로 오픈한 사례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슈퍼’, ‘롯데마이슈퍼’를 통해 모두 237개의 SSM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