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만들려면 골프장 옆으로 이사가라"

입력 2010-10-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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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는 어떻게 프로골퍼가 됐을까?”하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단 신지애 뿐 아니다. 요즘 잘나가는 프로골퍼들은 어떤 이유로 골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일까.

사연은 다양하다. 하지만 초창기 프로골퍼들은 대부분 골프장 근처에 살다가 골프에 입문했고 프로골퍼가 됐다. 가족 중 한사람이 프로가 되면 형제는 물론 친인척까지 골프의 길로 들어선다. 이 때문에 국내에는 유독 형제 프로가 많고 모녀 프로까지 등장했다.

‘맹모산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잘 들어맞는 곳이 골프계다. 맹자가 어렸을 때 묘지 가까이 살았더니 장사(葬事) 지내는 흉내를 냈다. 맹자 어머니가 집을 시전(市廛. 큰 가게) 근처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물건 파는 흉내를 냈다. 다시 글방이 있는 곳으로 옮겨 공부를 시켰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를 하였음을 이르는 말이다.

골프도 비슷하다.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 근처에서 태어나거나 생활터전이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프로골퍼가 됐다.

국내에서는 현재 어린이대공원의 인근 뚝섬 근처 출신의 프로가 유독 많다. 프로골퍼 1호 고(故) 연덕춘과 한장상이 대표적이다. 고양출신으로 14살 때 골프에 입문한 연덕춘은 1935년 일본에서 프로자격을 얻었고 1941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성동구 화양리 출신의 한장상은 13살 때 서울CC 군자리코스(현 어린이대공원)에서 캐디를 하면서 골프에 눈을 떴고 역시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다. 골프인구가 300명 정도였던 시절이다. 당시 둘 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시아골프계를 호령했던 골프영웅이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면서 입문한 케이스다. 8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골프에 입문한 젊은 선수들은 대개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거나 연습장에서 볼을 줍거나 손님에게 티에 볼을 올려주는 일을 하면서 클럽을 잡았다. 역도를 하던 최경주는 완도의 유일한 연습장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을 손에 쥐었다.

양용은은 ‘용돈이나 벌자’고 시작한 골프가 직업이 됐고 성공했다. 부친이 “골프는 부자나 하는 운동이니 농사나 짓자”고 하던 말을 뒤로 하고 제대 후 본격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배상문은 11살 때 재미삼아 모친의 클럽을 휘둘러 본 것이 인연이 됐다. 김경태와 김대현은 부친이 프로지망생.

김경태의 부친은 골프선수가 되려다가 티칭프로로 전향해 아들이 대를 이은 경우고 김대현 역시 부친이 티칭프로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장익제와 허석호도 부친이 초창기 경기위원을 지낸 원로 티칭프로다.

베어리버GC 회장인 김승학 집안도 마찬가지. 큰형 승만, 승완, 막내 성호 등 4형제가 모두 토너먼트로 프로로 이름을 날렸고 곽창환과 사돈관계다. 곽 프로의 조카인 곽흥수, 곽유현도 프로선수다.

국내 여자프로골퍼 1호인 강춘자는 골프연습장과 퍼블릭코스가 있던 뚝섬경마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3때 프로골퍼 조태호의 권유로 클럽을 잡았다.

한국여자전설의 골퍼 구옥희의 집은 경기도 연천. 19살 때 이사한 곳이 경기도 고양. 인근 123골프장에서 주말캐디로 일하면서 골프의 길을 걸었다.

서희경은 4살 때 수영을 배웠다. 중이염으로 스키선수가 됐다. 여름이 문제였다. 그래서 11살 때 부친을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신지애는 스포츠마니아인 부친이 ‘첫 애는 무조건 운동을 시키겠다’면서 양궁을 시켰다. 그런데 목사로 부임한 교회 옆에 골프연습장이 있어 그곳에서 클럽을 잡은 것이 인연이 됐다.

롤러스케이팅선수였던 박지은은 부친의 사업장 맞은편에 연습장이 있었고 부친이 클럽챔피언을 할 정도로 골프기량을 대물림한 경우다.

안성찬기자golf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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