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민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압박 수위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채 업계의 자율경쟁 상실과 미래를 대비한 장기적인 투자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통신요금 20% 인하’를 실현하기 위해 방통위가 초당 과금제, 보조금 축소,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등을 내세우면서 이통사들의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나 9월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서민 통신요금 부담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이통사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 와이브로망 구축, 마케팅비 상한제 등 이통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방통위는 출혈경쟁이 심화된 통신시장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방통위 출범 초기 완화됐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자율시장 논리에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더구나 방통위 규제가 성과를 내기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초당 과금제의 경우 지난 8개월간 방통위의 압박에 KT와 LG유플러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사업자 판단에 따른 사항 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성과를 내기위한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역시 출범 초기 정책 실패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며 사업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방통위는 미이행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통사는 방통위의 이같은 강경 정책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혹시나 사업권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강경 정책이 당장 효과를 발휘 하더라도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인 통신시장 생태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초기 통신시장 규제 완화로 과도한 경쟁체제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인 사업전략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그렇다고 사업자 입장에서 방통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다면 사업권 배정이나 승인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통신요금 인하로 서민 가계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정액제가 오히려 서민 가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요금제를 개편하거나 추가하고 있어 기존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최저 기본요금이 3만5000원부터 시작하는데 2만~3만원의 소액 이용자에게는 부담이 크다. 실제로 기본요금 1만3000원에 평균 통신요금이 3만원 안팎(기본료 포함)이라면 최저 통합요금제인 3만5000원을 적용시 표면적으로 50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통사에서 무료통화와 무료데이터를 제공하더라도 월 평균 요금 부담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통신사에서 적용하는 통합 요금제가 단말기 할부 등에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요금 부담을 떠안는 것은 서민 몫이다.
이통 3사가 제시하는 무선데이터 정액요금제도 맥락을 같이 한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1GB 무료데이터의 경우 대부분 사용자가 무료데이터 사용량을 200~300MB 밖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나머지 700MB는 그냥 소진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내에 200여개의 요금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요금 획일화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있으나 정작 단말기 할부나 무료 서비스로 인해 기본료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리점에서도 할부 프로그램을 권유하다보니 대부분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정액제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