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사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퇴 결심을 굳혔고 오는 30일 이사회에서 이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직무대행 선임 등 경영 공백상태 해소 방안과 함께 ‘포스트 라응찬’ 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라 회장, 자진 사퇴 결심= 신한금융과 금융권에 따르면 라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열린 정례 CEO 미팅에서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은 이 행장을 비롯해 카드,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 등 6개 계열사 사장이 참석했으며 모임을 마친 뒤 라 회장은 평소와 달리 사장들을 한명씩 불러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은 또 사장단 모임 직 후인 10시 자신이 연락을 취해 신상훈 사장과 이 행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라 회장은 이자리에서 조직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이 앞서 지난 25일 귀국한 것도 자신의 사퇴가 최상의 해결책인지에 대해 이사 등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사퇴로 신한금융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고 조직이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경우 30일 이사회에서 바로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중징게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기 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의 라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재일동포 주주들까지 관계단절을 선언한 것도 조기 사퇴결심의 배경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이) 마지막으로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이사 직무대행 선임 등 조직 안정 방안에 대해 이사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퇴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회장직은 내놓고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포스트‘라응찬’은 누구?= 신상훈 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대표이사 회장인 라 회장이 사퇴하면 대표이사가 공석이 된다. 최고경영자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 만큼 30일 이사회에서는 직무대행 선임 안건을 바로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는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류 이사가 옛 제일은행(SC제일은행) 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을 역임한데다 오랫동안 신한금융 사외이사와 비상근 사내이사를 맡아 와 신한금융 내부는 물론 은행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신 사장도 직무대행 방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어 류시열 체제 구축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신한금융은 신 사장과 이 행장의 거취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포스트 라응찬’의 경영구조를 새롭게 짜서 내년 3월 이후 출범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류 이사의 직무대행 선임을 반대하고 있어 이사회에서 직무대행 선임 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금융권에선 신 사장과 이 행장이 동반 퇴진할 경우 후임 사장, 행장으로는 최영휘, 이인호 전 지주 사장, 위성호 현 부사장,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도 자의반타의반 이름이 거론중이다.
◇ 신상훈·이백순 향후 거취는 = 한편 라 회장이 자진 사퇴할 경우 신 사장과 이 행장간의 향후 거취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 사장의 거취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정해질 전망이다. 이 행장의 거취도 이와 맞물린 상태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은 지난 26일 신한금융 본사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소송 준비 등에 최선을 다하자며 격려했지만 자진 사퇴나 고소 취하 등 타협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동반 사퇴하지 않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며 이 행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소인인 이 행장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 행장 역시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된 신 사장이 사퇴해야 고소 취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한 이 행장도 행장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라 회장이 사퇴 의사를 여러 자리에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한 것은 아니다”며 “신 사장은 라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것으로 보이고 이 행장 역시 신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계속 행장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