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행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난 5일 결정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애초 11월15~16일로 예정됐던 금융정책결정회의 일정을 같은달 4~5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기존 35조엔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는 유지하되 지난 5일 정한 5조엔 규모의 자산매입 기금에 대해서는 대상을 회사채 등급에 대해서는 당초 ‘A’에서 ‘BBB’로, 기업어음(CP)은 ‘a1’에서 ‘a2’로 각각 확대했다.
일본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음으로써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일본은행은 이것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입 내역은 장기국채가 1조5000억엔, 국고 단기증권이 2조엔, 회사채와 CP는 상위 등급을 포함해 각각 5000억엔이다.
ETF는 4500억엔, REIT는 500억엔으로 정했으며 매입은 준비가 되는대로 시작해 2012년 3월까지 계속된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국채, 회사채, 지수 연동형 상장투자신탁(ETF), 부동산투자신탁(JREIT)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5조엔 규모의 기금을 신설키로 한 바 있다.
한편 일본은행은 차기 정례회의를 당초 예정한 11월 15~16일에서 4~5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ETF와 REIT 매입을 조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일본은행은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차기 회의를 11월 2~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로 잡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이번 회의에서 5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실시 전망은 최근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강세의 주범. 환율개입과 사실상 제로금리 도입 이후에도 엔화가 달러당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본은행에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연준의 양적완화 결정과 그 규모가 달러ㆍ엔의 향배를 가름하기 때문에 일본은행도 그에 맞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단리서치의 가토 이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연준이 매월 국채매입액을 500억달러 이상으로 정해 현재 초저 수준인 단기 금리가 장기화한다는, 시장이 예상하는 조치를 도입하면 엔고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럴 경우 일본은행은 5일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10조엔으로 늘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2012년도까지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제ㆍ물가정세 전망(전망 리포트)’도 정리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예상치는 2012년도까지 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디플레 탈출 윤곽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로금리 정책이 장기화할 뜻을 시사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