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최근 발생한 주문오류로 전자거래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CME에서는 직원이 실수로 에너지ㆍ금속시장 거래 시간 중 테스트로 주문한 3만건이 실제로 발주가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기업에 대한 실제 배상액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는 전자거래 시대의 위기관리에 중대한 결함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5월 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다우지수가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뒤 바로 회복되는 ‘플래시 크래시’ 상황이 발생, 전자거래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증폭됐다.
CME의 경우 사태가 한층 악화한 것은 CME가 실수로 이메일 컴퓨터 바이러스를 유포하면서부터다. 바이러스는 주문오류 실수와는 직접 관계는 없었지만 피해 기업의 상당수가 중복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CME의 바이러스는 뉴욕증시를 운영하는 NYSE 유로넥스트에도 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FT에 따르면 NYSE에서는 지난주 산하 전자거래소인 NYSE 아카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자 인기 상장투자신탁(ETF)인 ‘SPDRㆍS&P500’이 10% 가량 하락, 영향을 받은 거래를 무효로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CME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기술팀이 전세계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메일 바이러스에 즉각 대응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았다”고 해명했다.
FT는 주문오류와 이메일 바이러스 유포로 우수한 기술을 자랑거리로 내세워온 CME에 세 가지 맹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FT는 바이러스에 대비한 최신 소프트웨어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과 사고 이후 트레이더들의 대응방법, 사고대응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은 점들을 꼽았다.
미국 선물거래업협회(FIA)는 전자거래 시스템으로 인해 거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실태 조사를 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ME의 주문오류 사태와 관련, 고객 당 1일 배상액 상한을 10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는 CME의 578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ME는 이번 사태에 대해 578룰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사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578를의 지속 논란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선물업계 소식지 발행인인 존 로시안 씨는 “이번 주문오류는 역사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거래에는 언제나 문제가 따랐다. 일시적인 기술상의 장애보다는 시장의 신용 저하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