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기자의 게임 비밀노트]프로야구 매니저

입력 2010-10-29 11:00 수정 2010-11-0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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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야구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광풍의 특징은 남녀를 불문한다는 것이다.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야구 열풍이 전 세계 유저들의 90%가 남성이라는 게임 산업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여성 유저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굳어진 게임의 세계에 적응한 극소수의 인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하드코어 게임의 심각한 폭력성이 여성 유저들의 진입을 막는다’, ‘특정한 규칙을 바탕으로 한 게임에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익숙하지 않다’는 선입견은 확실히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엔트리브소프트의 온라인 야구게임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여성 유저의 비율이 약 20%(내부지표 기준)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게임 특성상 남성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여성 유저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놀라웠다.

과연 어떤 점이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야구는 9명이 하는 게임이지만 대부분의 야구 게임들은 자신이 한 팀의 모든 선수들을 컨트롤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매니저’는 직접 선수를 조종하는 게임과 다르며 구단주의 입장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프로야구 매니저’를 처음 실행하자마자 뜬 문구는 ‘프로야구 매니저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목표는 리그의 우승. 이제 구단의 운명은 당신 손에 달려있습니다’였다.

창단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주력선수를 선택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마치 내가 삼성의 선동열,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프로야구 매니저’는 접속하지 않더라도 모든 게임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컴퓨터에 화면을 띄워놓고 게임을 플레이 해보았지만 아무도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직장인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야구판과 거의 똑같이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은 물론 시합 승패, 나아가 리그 판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또 하루 10분 투자 만으로도 최고의 프로야구 구단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몰입감은 높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수 라인업을 짜고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훈련을 시키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마우스 만으로 간단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실제 야구는 좋아하지만 게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장년층 야구팬들과 여성 유저들의 호응이 높을 수 밖에 없어 보였다.

이 밖에도 ‘프로야구 매니저’는 선수 관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선수 카드의 계약 연장, 유학 등 능력 상승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었다.

‘선수 관리 시스템’은 보유 하고 있는 선수를 유학 기능을 이용해 일정 기간 동안 트레이닝을 보내고 하는 과정에서 여타 게임의 캐릭터 육성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평소 동경하던 스타가 돼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경기를 그냥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프로야구 매니저’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만큼,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그런 인간의 심리가 잘 반영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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