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우리금융지주 매각공고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대기업 등 산업자본과 외자계 투자자들의 참여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가 다수의 입찰자를 모집하기 위해 최소 입찰규모를 4% 이상 또는 합병으로 결정함으로써 산업자본과 외자계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 여부는 최종 입찰 이후 우리금융지주 전체에 대한 입찰자의 제안내용과 비교해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숏리스트가 나오는 11월 말 정도에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銀, 포스코와 KT 맞거래?=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포스코 지분 1.0%, 약 4000억원 규모를 매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포스코의 요청에 부응해 지분을 이미 0.8%까지 사들였다.
우리은행은 포스코 지분 1%에 해당되는 규모의 우리금융 지분을 되사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포스코의 요청으로 우호지분을 사들인 만큼 포스코도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해주는 맞거래인 셈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 지분 1%에 해당되는 4000억원 규모는 우리금융 지분의 4% 규모”라며 “포스코의 요청대로 우리은행이 사준 만큼 포스코도 우리은행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영화 취지를 살리고자 정부 보유지분을 최대한 완전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소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7% 중 과반인 28.5%를 팔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예보가 28.5%만 팔아도 정부 관리에서 벗어나 독립경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KT도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20%를 넘겨받기로 협상을 맺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받은 바 있다. KT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은행과의 협상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KT도 우리금융 지분에 관심이 많다”며 “비씨카드 지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참여 여부를 놓고 긍정적인 의견이 오고갔다”고 말했다.
◇외자계 참여가 ‘입찰 성패’ 가를 듯= 우리금융은 해외 투자자와 대기업 투자자, 국내 연기금과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지분 56.97%를 전량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7~8% 정도 매입하고 대기업 투자자들에게 20%, 국내연기금에게 5~10%를 매입해줄 것을 요청 중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우리금융의 바람대로 지분 20% 이상 매입해준다면 우리금융이 목표한 ‘과점적 대주주’ 방안이 실현된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자들 중 중동 국부펀드들과 그동안 우리금융이 친분을 나눴던 블랙스톤과 아비바그룹 등이 우리금융의 요청을 받아줄지가 관건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 등 정부 신용등급에 맞먹는 우량한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외국계 투자자들을 유치하기가 쉽다”며 “우선 우리금융을 예보 MOU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분 30% 이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우리금융에 대한 메리트를 갖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이루면서 더 많은 원화를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여전히 국내은행의 주가가 비싸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M&A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은 현재 원화강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KT와 포스코 등 대기업의 투자가 확실시되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테마섹 쇼크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입찰에는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하나대투증권 본사 건물을 29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등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추진할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중장기적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있다”며 “우리금융 인수에 찬성하는 투자자들도 의외로 많아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銀 분리매각 여부는 11월 말에= 정부는 한 달가량 입찰을 한 뒤 12월께 복수의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1분기 중 우선협상대상자 1곳을 정해 상반기 중 민영화를 끝내겠다는 일정표를 갖고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 여부도 입찰이 끝난 후 입찰자들의 제안 내용을 비교하고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 지방은행의 입찰자격은 50%+1주 이상의 지분 인수 또는 합병이다. 50%+1주는 매각주체 및 구체적 매각물량이 결정되면 확정된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각 인수 후보군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남은행은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지역 상공계 등이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광주은행은 광주상의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상공계와 전북은행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