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자진 사퇴하고 류시열 이사가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에 선임됐다.
2001년 8월 신한금융 출범 이후 지속돼온 '라응찬 체제'가 막을 내림으로써 지난 9월 초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전격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 내분사태'도 어느 정도 정리되는 양상이다.
류시열 대행이 내년 3월까지 무너진 신한금융 조직을 추스르고 차기 후계구도를 확립할 예정이지만 일본 주주들이 류시열 대행직에 대해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거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고 두 사람의 갈등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일본주주, 반대 여전해…불씨= 라응찬 회장이 자진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거취가 정해지는 듯 보이지만 당장 다음주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어 '사면초가' 상태이다.
라응찬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퇴하지만 등기이사직을 내년 3월가지 유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후계구도 수립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본주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한 탓에 후계구도 정립도 쉽지 않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4일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 등기이사직 사퇴 압력도 커질 수 있어 라 회장의 근심이 커질 전망이다.
라 회장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거취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에 대한 거취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훈 사장은 법적 명예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상훈 사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가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서 밝힌대로 검찰 조사가 끝날 때가지는 어떠한 거취도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면서 이백순 행장의 자진사퇴를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이백순 행장도 신상훈 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고소취하도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백순 행장은 일본 주주들에게 끝까지 물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류시열 대행으로 후계구도 수립?= 류시열 대행이 신한 3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향후 후계구도가 이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류시열 대행은 이사회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과 지배구조의 새로운 정착이 가장 큰 과제"라며 "특별위원회 멤버들과 심사숙고하면서 투명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CEO를 선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주주들이 류시열 대행직을 선임한 것으로 이사회의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후계구도를 결정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주주들은 그동안 류시열 대행이 라응찬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로 직무대행에 선임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재일동포 사외이사 중 한 명은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류시열 직무대행으로 결론 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향후 여러 대책을 주주들과 논의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시열 대행은 "제 개인의 이익이나 집단,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살지 않았고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포스트 라응찬'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인호 전 신한금융 사장과 최영휘 전 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 지주 및 계열사 전 사장들뿐 아니라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 최범수 신한금융 부사장, 위성호 부사장 등 현직 인사들도 거론된다.
외부 전문가 출신으로는 류 이사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거론되며, 경제관료 출신으로 KB금융 회장 후보였던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차관,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도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