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했던 신한지주 이사회 '8시간의 기록'

입력 2010-10-30 17:00 수정 2010-10-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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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구 삼양물산 대표 가장 먼저 도착 ... 이사들은 롯데호텔 중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해

30일 아침 서울 태평로. 주말 아침이라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단 한 곳 분주한 곳이 있었다. 바로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신한은행 본점이다.

이날 신한은행 본점은 신한지주 이사들과 집행 임직원, 수십여 명의 취재진들이 모인 가운데 전운이 감돌았다.

감사위원회를 22분 앞둔 오전 7시 38분, 감사위원인 김요구 삼양물산 대표가 가장 먼저 들어섰다.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하고 굳게 입을 다문 채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이어 감사위원 및 이사회 의장인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오전 7시 53분경 도착했다. 밝은 분홍색의 옷 만큼이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전 교수는 "특별한 안건이 정해지진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이사회를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오전 8시 3분에는 정행남 재일상공회의소 고문이 나타났다. 최고경영진 3인 동반 퇴진에 대해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를 표시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오전 8시 6분 모습을 드러냈다. 사퇴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느냐, 약속했지 않느냐"며 사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뒤이어 오전 8시 8분 도착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말 없이 미소만 지은 채 빠른 걸음으로 취재진 사이를 빠져나갔다.

직무대행으로 거론되는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오전 8시 9분 도착했다. 그는 직무대행에 대해 "논의 해 봐야 된다"고 말하고 "수고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여유 있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8시 18분 경에는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 플레이스 대표와 필립 아기니에 BNP Paribas 아시아 리테일 본부장, 김휘묵 삼경교통 상무가 차례로 들어섰다. 세 명의 이사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소 늦은 오전 8시 27분 도착한 김병일 한국 국학진흥원 원장은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봐야 한다"는 평이한 말을 남기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뉴욕 출장 관계로 화상회의로 참석하기로 한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앞서 오전 8시 30분부터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은 당초 9시로 예정됐으나 30분 앞당겨져 실시됐다.

도착 장소와 시간이 베일에 싸여 있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은 오전 8시 54분경 맨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의외로 밝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신 사장은 "책임 있는 사람은 물러나고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빨리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무대행 체제에 대해선 "(류 이사가 직무대행을 맡는다면) 잘 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사들은 오전 10시 30분 경 정기이사회에 들어갔다. 전일 사전 조율이 있었던 만큼 비교적 이른 오후 12시경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논의가 길어져 오후 3시를 넘겨 끝났다.

이후 오후 3시 20분경 전성빈 의장의 이사회 브리핑이 열리고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류시열 직무대행은 소감을 발표했다. 전 의장과 류 직무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과 경영진 3인방은 이사회 직후 우르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사회에서 퇴임 의사를 밝힌 라 회장은 "난 할 만큼 다 했다, 나중에 소명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채 급하게 자리를 떴다.

다른 이사들은 한꺼번에 나가 인근의 롯데호텔 중식당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부터 지속된 이사회로 건너뛴 식사를 하러 간 것이다.

브리핑 후 합류한 전 의장, 류 대행을 비롯해 이사들은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눴다. 신 사장은 롯데호텔에서 이사들과 잠시 있다가 이내 서초동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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