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푸조 3008 "21세기 세그먼트 버스터"

입력 2010-11-01 11:32 수정 2010-11-1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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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HDi 엔진으로 최고출력 110마력, 전체 밸런스 뛰어나고 운전편해

▲푸조 3008은 미니밴과 SUV의 장점을 모아 쓰임새가 다양하다. 넉넉한 차체에 1.6 HDi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10마력을 낸다. 순간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가솔린 2.5리터와 맞먹는 24.5kgㆍm다.
3008의 등장은 푸조의 영토확장을 의미한다. 푸조는 작고 귀여우며 앙증맞은 소형차를 중심으로 시장을 늘려왔다. 다분히 유럽시장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21세기 푸조는 사정이 달라졌다. 유럽 중심을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장르에 걸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1년 전인 2009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3008을 처음 내세운 것도 이런 의지의 연장선이었다. 동시에 틈새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출사표이기도 했다.

3008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치백 308의 '모노 스페이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왜건과 오픈 타입의 CC, 해치백, 미니밴, SUV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때문에 3008을 단순한 생김새만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그는 미니밴도 흔해빠진 SUV도 아니다. 미니밴의 넉넉함과 공간활용도를 지녔으되 SUV의 스타일과 기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4WD와 달리 온로드 성향이 강한 FF(앞 엔진, 전륜구동)시스템을 지녀 소형 해치백의 경쾌한 운동성능도 갖췄다. 이 차를 두고 특정 장르를 논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운전석을 감싼 센터페시아가 특징이다. 다양한 다이얼과 토글타입 스위치가 조작감을 키웠다. 사진은 수동기어 모델
전체적인 특징은 푸조의 화끈한 디자인과 칼날같은 핸들링,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점철된다.

미니밴과 SUV, 해치백 등 여러 차종의 장점을 모아 개발한 덕에 유럽 현지에선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어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세그먼트 버스터(Segment Buster)'로 불린다.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올 봄 국내시장에 발빠르게 1.6 HDi를 선보였다.

이후 2.0 HDi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된 '프레스티쥬' 도 들여왔다. 겉모습 차이는 없고 엔진과 트랜스미션, 편의장비 정도가 차이다.

이제 거리에서 독일차를 보며 신기해하던 시대는 갔다. 반면 3008과 거리에 나서면 단박에 시선이 쏠린다. 차고 넘치는 디자인 개성은 푸조에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도전이자 모험이다.

겉모습은 언뜻 스치기만해도 푸조의 아우라가 남을만큼 그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득 담고 있다. 입을 크게 벌린 프론트그릴과 눈매를 치켜올린 헤드램프가 영락없는 푸조다.

반면 실내는 여느 푸조와 전혀 다르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ㄱ자로 꺾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다른 푸조에게도 나눠줬으면 한다. 센터페시아에 나란히 늘어선 토글 스위치는 재미난 조작감을 떠나 고성능차의 아우라로 여겨진다. 딸깍거리는 재미가 좋아 자꾸만 스위치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BMW에만 달렸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달린다. 운전석 앞에 속도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가 투영된다. 눈앞에 둥실둥실 떠있는 디스플레이는 토글 스위치를 조절해 위치와 색깔, 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웬만한 소형 SUV와 비교해 차체 사이즈가 넉넉해 존재감이 뚜렷하다. 미니밴 못잖은 공간활용도 역시 뛰어난 편이다.
시승차는 1.6 HDi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10마력을 낸다. 순간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V6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맞먹는 24.5kgㆍm를 낸다.

여기에 푸조가 개발한 '연비 최우선주의' 트랜스미션인 MCP를 더했다. 출력은 수치가 모자랄 뿐이다. 실제 운전석에서 느끼는 체감가속은 제법 경쾌하고 육중하다.

중속까지의 가속감각은 푸조의 여느 1.6 HDi의 그것과 크게 다를게 없다. 커다란 덩치를 감안하면 꽤 경쾌하고 신나게 정지상태를 벗어나고 이 상태를 중속까지 끌고 간다.

디젤 엔진인 탓에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엔진회전수 영역(4000rpm)이 좁다. 거꾸로 고회전까지 알차게 써먹은 다음 변속할 수 있다.

운전석을 철저하게 감싸안은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그 안에 나란히 키를 맞춘 토글 스위치는 흡사 항공기 콕핏을 연상케한다.

최근 등장한 고급차들이 수많은 기능을 다이얼 하나에 담아 편의성을 키웠지만 푸조 3008은 이에 역행했다. 익숙해지면 다이얼 컨트롤보다 쉽게 작동할 수 있고 스위치를 만지는 재미는 더욱 커진다.

실내공간을 알차게 써먹은 덕에 운전석과 동반석의 공간은 꽤 넉넉하다. 자동차에게 있어서 공간감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레그룸이다. 다른 공간이 넉넉해도 다리가 묶여있을 경우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면에서 3008의 레그룸은 다리를 허우적댈만큼 넉넉하다.

MCP 트랜스미션은 수동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자동기어의 편의성을 더한 시스템이다. 변속 때마다 MCP 특유의 멈칫거림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익숙해지면 미동도 없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레인지를 수동으로 바꾸고 회전수를 감안해 변속하면 한결 펀치력있게 치고 달린다.

무엇보다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1000km를 훌쩍 넘게 달리는 놀라운 연비가 장점이다. 1리터당 공인연비는 무려 19.5km에 이른다. 60리터의 연료탱크를 경유로 가득채우면 이론상으로 1100km는 거뜬하게 달릴 수 있다.

가격은 3850만원.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의 가격보다 모델별로 같거나 오히려 싸다. 다양한 장점을 지닌 프랑스 푸조의 크로스오버카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엔진출력 대비 무게와 전체 밸런스가 잘 들어맞는다. 운전이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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