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두 명이 지난 1일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일부 직원들이 내부 게시판을 통해 현병철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내부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직원들의 도박과 성추행, 폭행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도덕성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사내 게시판에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사임을 접하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사랑하는 직원 일동'이란 이름으로 작성된 성명서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돼 온 위원회 운영이 두 상임위원의 중도 사퇴를 몰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의제 기관에서 위원장은 마치 독임제 기관의 장처럼 의사봉을 두드리고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며 비판했다.
성명서는 "지난 1년여 간 인권위는 힘 있는 기관을 상대로 독립적 국가기관답지 못하게 처신했으며 오히려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상식적으로 두 달이나 안건이 없어 개점 휴업한 전원위에 비해 수시로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상임위는 비교우위에 있다"며 "지난 수개월 추락해 가는 인권위를 그나마 지탱해준 것도 일정 부분 상임위 덕분이라고 판단한다"고 적었다.
한편 직원들의 도박과 성추행, 폭행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인권위의 도덕성마저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권위 직원이 외국에서 근무지를 20일 넘게 무단으로 이탈해 도박을 벌여 해임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1년간 태국의 직무 관련 기관에서 교육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올해 중반 근무지를 벗어나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무려 23일간 인권위는 물론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과 폭행사건도 발생했다.
인권위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이춘석(민주당) 의원에 제공한 '인권위 공무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 인권위 남자 직원이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2월18일에는 고위 간부인 C씨가 인권위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을 폭행해 견책 징계를 받았고, 그해 5월에는 4급 상당의 한 인권위 직원이 '정기 재산변동 신고 미필'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