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가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정으로 경영진 3인간의 극단적인 대결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경영진을 넘어서 주주분쟁까지 불러올 양상이다.
이사회 당시 표 대결에서 라응찬 전 회장측과 신상훈 사장측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9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라응찬 전 회장측의 사외이사와 신상훈 사장측의 사외이사가 발생하는 현안을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특별위는 류시열 회장 대행을 포함한 국내 사외이사 4명과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BNP파리바측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국내 이사는 라응찬 전 회장측,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신상훈 사장측으로 분류된다.
이사회 당시 류시열 회장 대행을 특별위원회에 넣을지에 대한 표 대결에서 7:4:1로 갈라졌는데 7명의 표는 라응찬 회장, 이백순 행장, 국내 사외이사 4명과 BNP파리바의 필립 아기니에 아시아 리테일본부장의 1표였다. 4명은 모두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었으며 기권 1표는 신상훈 사장이 반대의 의미로 던진 1표였다.
국내 사외이사들과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4대4로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BNP파리바가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이번에는 라응찬 회장과 국내 사외이사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향후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BNP파리바는 신한금융 지분 6.4%를 보유한 1대주주이지만 소액주주들까지 모두 연합하면 17%의 지분을 보유한 재일교포 주주들에 비해서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BNP파리바는 향후 신한금융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BNP파리바는 이번 신한금융의 내홍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특별위원회에서 BNP파리바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주주들도 BNP파리바의 의중을 알 수 없다며 상황이 어렵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BNP파리바가 현안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을 반대한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주주 중 한 명은 "BNP파리바 측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신한금융에 미치는 것을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신한금융의 창립 내력을 본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을 무작정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BNP파리바가 라응찬 전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우군 역할을 할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BNP파리바와 재일교포 주주들간의 주주분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BNP파리바의 이익에 반했을 때의 이야기"라며 "오히려 라응찬 전 회장이 특별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재일교포 주주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