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1인체제..."지배력 확고"

입력 2010-11-03 16:10 수정 2010-11-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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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16곳 수직 계열화...견제장치 없어 분권화 필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지난 1997년 7월 미래에셋캐피탈을 모태로 설립돼 자산관리 시장의 급속한 성장의 일익을 담당하며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박현주 회장의 탁월한 자산관리 능력으로 펀드시장의 '절대강자' 군림하며 '1가구1펀드'시대를 앞당긴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IB(투자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며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일취월장' 할 수 있었던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빠른 의사결정력이 주효했다.

그러나 상장사가 미래에셋증권 단 1개뿐이어서 정보공유가 제한적이란 점과 박 회장의 절대권력을 견제할 만한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KRIA 통한 지배구조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을 수렴청정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은 케이알아이에이(KRIA)다.

지난 1997년 박 회장의 고향인 광주에 설립된 KRIA는 경영컨설팅,부동산 임대ㆍ관리 등을 영위하고 있지만 본업은 불확실하다.

KRIA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37.71%)과 미래에셋캐피탈(10.52%)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관련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무브(100%)와 부동산114(14.76%) 지분도 들고 있다. 이 회사의 86.91% 지분은 박 회장과 친족이 보유하는 가족회사로 분류된다.

부동산 관리업을 영위하는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KRIA와 주주구성이 똑같다. 이 회사는 100% 자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7.9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43%를 보유한 인슈코리아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벤처투자(73.55%)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미래비아이(73.85%)를 보유하고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래에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래에셋은 KRIA를 미래에셋컨설팅에 흡수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8년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에서 인적분할된지 2년여 만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22.87%를 직ㆍ간접 보유한 회사가 됐다.

지난 4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비금융자회사인 브랜드무브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자 양사 합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서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힘들어져 합병을 하게 됐다"며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를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의 성격은 비금융회사로 바뀌고 의결권 행사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경우 비상장회사들을 통해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경우가 있다"며 "효율성과 합법성을 인정받은 만큼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비상장사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 절대권력 견제장치 '無'

문제는 이같은 박 회장의 절대권력을 견제할만한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16개다. 이 가운데 상장사는 미래에셋증권 단 한곳 뿐이다.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과 자산운용은 비상장사로 공시의무가 없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의 한계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같은 논란은 2007년 '인사이트' 펀드 당시 절정에 달했다.이 펀드의 운용방식은 '모펀드:주식100% 이하, 채권 100%이하, 어음 100% 이하'로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몰빵(올인)이 가능한 구조다.

당시 신탁보수 및 판매수수료도 국내 최고 수준을 요구했다. A형의 경우 성취판매 수수료 1%, 연간보수 2.49%로 3.5% 가깝다. 가장 비싸다는 '한국밸류10년펀드'도 당시 2.9%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미래에셋의 자신감을 역설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기 발발로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1년만에 순자산이 2조원이상 줄어들었고 '수익률 반토막' 오명까지 떠안았다.

이 펀드는 출시 전부터 시장과 학계의 뭇매를 맞았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국감에서 "펀드 광풍을 일으킨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기준도 없는 '묻지마' 투자와 마찬가지였다"며 "미래에셋 지배구조는 1인 지배 체제"라고 꼬집었다.

물론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각 계열사로 책임과 권한이 철저하게 분산돼 있고 각 계열사 대표들이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지배구조를 분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증권사 임원은 "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화된 지배구조는 미래에셋을 단기간에 현 위치에 올라서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분권화를 통해 '다수 시각'이 수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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