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야 정치권에 칼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정국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중 여야 의원 11명을 대상으로 전격적으로 실시된 검찰의 압수수색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부르면서, 민생법안이 산적한 정기국회는 정상적 입법활동이 실종된 채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후원금 성격을 규명하는 이번 수사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후원금제도에 대한 검찰의 `몰이해'를 비판하고 있어 정치권과 검찰간 전면 대결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검찰의 국회말살'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한데 이어 '대포폰 의혹'을 포함한 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며 여권을 향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소액 다수 정치후원금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여의도 정치를 유린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폭거이자 민주주의 파괴하는 검찰의 구테타"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민간인 사찰사건을 겨냥, "이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영포라인이 청와대서 지급한 대포폰을 사용해 저지른 일"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민간인 사찰, 특히 영포라인의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공조를 모색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검찰의 수사와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면서도 "압수수색과 관련해 기획수사니 야당탄압이니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불법 의혹이 있으면 공정하게 수사하는 게 검찰의 의무"라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은 이번 사항을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다뤄나갈 생각"이라며 "정치권 전체적으로도 후원금 제도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검찰의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으며, 안상수 대표도 측근들에게 "과잉수사 아니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입장은 이날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당정청 9인회의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압수수색 정국'은 4대강 사업 등 내년도 예산안,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같은 현안이 산적한 정기국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산국회 초입에서 여야의 협상채널을 급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SM법안 등의 처리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이 판국에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는가"라고 반문했고,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도 "야당이 '야당탄압'을 구호로 정국을 끌고 갈 텐데 어떻게 대응할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는 앞으로 검찰개혁, 특히 검찰권의 견제를 위한 입법 논의가 뒤따르면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문제도 재론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