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이동통신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내리면 고객들에게 승용차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드디어 12월24일, 실제로 눈이 내렸고 회사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11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미리 ‘컨틴전시 보험’에 가입해 두었기 때문에 큰 규모의 손실은 피할 수 있었다.
컨틴전시(contingency) 보험이란 사전에 계약된 특정 사건이 현실화됐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를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을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디지털 제품이 반값’,‘성탄절에 눈이 내리면 관람료 전액을 돌려드립니다’ 등의 이벤트가 대표적 예다.
날씨뿐 아니라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의 결과에 따라 경품 등을 지급하는 행사도 컨틴전시 보험의 대상이다. 예컨대 ‘8강 진출하면 차 값을 돌려줍니다’, ‘금메달 12개 획득한 경우 경품을 드립니다’등이 모두 컨틴전시 보험을 이용한 마케팅에 속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리스크가 큰 이벤트가 많아진다”며 “기업들은 손실에 대비해 컨틴전시 보험에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여름에 열렸던 남아공월드컵과 관련한 컨틴전시 보험은 모두 15건으로 지난 2006년 월드컵 당시 5건에 비해 3배가 늘었고, 보상규모는 약 40억원에 달했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 좋은 실적을 보이자 경품, 할인행사 등 적극적 마케팅을 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보험가입 건수가 늘어난 까닭이다.
보험사들도 컨틴전시 보험이 회사 인지도와 보험 이미지 상승에 긍정적 효과가 있어 반기는 편이다. 다만 실제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막대한 보험금 손실을 감내하는 상황에 끙끙 앓기도 한다.
실제 국가대표 선수단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지난 월드컵에서는 보험사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화손해보험은 우리나라가 8강에 진출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해 전혀 손실이 없었다.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16강을 달성하고 골을 넣을 때마다 금액을 지불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약1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선수단이 뜻밖의 선전을 하면 축하하고 기뻐하는 동시에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