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Blog] 스펙 추방한 IBK투자증권의 실험

입력 2010-11-09 11:00 수정 2010-11-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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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를 졸업하고 4년 넘게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검사 친구 만들어 줄께"라며 큰 소리쳤던 녀석인데 며칠전 만남에는 다소 의기소침해있더군요.

얼마전 2차 시험에서 떨어졌답니다. 그래도 아직 신림동에선 막내로 통한다며 애써 마음을 가다듬는 모습이었지만 낯빛은 어두웠습니다. 먼저 사회 진출한 동기들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보니 조바심이 난다며 속내를 내비치더군요. 취업을 하려해도 이력서를 메꿀 '스펙'이 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덧붙였습니다.

친구 얘기를 듣고 있으니 얼마전 한 카페에 올라왔던 'A증권사 수기'란 글이 생각났습니다. A증권사 영업직에 이력서를 냈던 '불합격' 응시생들이 자신의 화려한 스펙을 열거해 놓은 글이었습니다. 자격증 5개는 필수요, 아이비리그 졸업은 옵션이었습니다. CFA(level2)도 있더군요.

해당 게시물에는 "도대체 합격 기준이 무엇이냐, 난 취업 GG(포기)"란 리플로 가득찼습니다. 저로써도 CFA를 불합격 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해당 증권사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 글이 올라온 것을 알고 있더군요. 담당자는 영업직 채용에 임원급 스펙을 지닌 응시생들이 몰려 자신도 적잖히 당황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실무에 촛점을 맞춰 지방대 출신의 경력직 사원을 채용했다고 하더군요.

기업들, 'SKY 필수, 회화 원어민 수준' 등으로 취업 문턱은 높일때는 언제고 이제는 응시생들 키가 너무 컸다며 문을 닫아버리네요. 스펙이 많으면 이직이 잦을 것 같아서라나요.

무조건 대기업만 선호하는 구직자도 문제지만 '스펙이 곧 실력'이란 명제를 통용해온 기업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어찌됐든 결국 취업 준비생들만 눈물을 흘리네요.

이런 가운데 최근 IBK투자증권의 신입사원 채용공고가 눈에 띕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 및 1차 면접 심사를 시행한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에 학력, 사진, 이력, 어학점수 기재란을 아예 없앴습니다. 자기소개서에 지원자의 출신학교나 가족 배경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면 감점 처리했다고 하네요. 합격자들에게는 리서치&비즈니스센터에서 애널리스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스펙이 부족한 제 친구와 같은 구직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 시도인 만큼 부담도 크겠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더 철저한 직원 교육이 수반돼야 합니다. 성과평가 역시 보다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부디 IBK투자증권의 이번 시도가 증권사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채용 성공사례로 남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그 녀석에게서 "친구야. 오늘 내가 입사턱 쏠께"란 전화 받을 날이 머지 않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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