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영화를 보면 악당들이 은행 금고를 털기 위해 범행모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같은 영화를 볼 때면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는 얼마나 많은 현금을 갖고 있을지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행 본점과 전국 16개 지점 금고에 있는 현금의 규모는 신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은 직원들도 방대한 경비인력과 첨단장비로 완벽하게 금고가 지켜지고 있다는 것만 알뿐 어느 정도 현금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자가 한은의 최고 담당자에게 물어봤지만 “보안상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다만 추정은 해 볼 수 있습니다. 2003년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은은 본점에 2조원 가량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5만원권이 발행돼 보관하는 현금의 규모가 커진 것을 감안하면 약 2.5배인 5조원 가량이 한은 본점 금고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매달 달라집니다. 추석이나 설 등 주요 명절에 맞춰 한은이 대규모 현금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이나 설 때 대규모 현금이 나갔다가 몇달에 걸쳐 서서히 돌아온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은 금고에 보관돼 있는 현금은 정확하게 말해 ‘돈’이 아니라 인쇄된 종이에 불과합니다. 공식 명칭은 ‘발행준비자금’이며 한은 금고를 떠나 정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발행’돼 ‘돈’의 자격을 얻게됩니다. 다시 말해 한은 금고의 현금은 ‘돈’이 아니며 민간에 유통되는 것만 진짜 ‘현금’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은 금고의 현금(은행권)은 도난당할 경우 바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엄청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철통처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과거 한은은 금괴를 한은 대구지점 등에 보관을 했지만 지금은 영국의 영란은행 등 주요국에 분산보관,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금괴는 가만 놔두면 ‘무수익자산’이므로 다른 국가나 기관에 연 1% 정도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기도 합니다. 이자는 돈이 아닌 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한편 과거 IMF 외환위기 때는 한국은행 지하금고에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동전들이 보관돼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한은 관계자들은 동전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금고바닥이 하중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다는 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