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11일 오후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간 양자회담에 쏠리고 있다. 환율 갈등으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국 정상이 만나‘환율전쟁’을 담판 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봉합되는 것 같았던 환율분쟁을 재점화시킨 건 미국이 이달 초 취한 2차 양적 완화 조치다.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난 미국으로서도 자국 경제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의견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 동안 일부 국가들이 통화 시장에 개입해 과도한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을 겨냥해왔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G20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달러화의 움직임이 경제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6000억달러 양적 완화가 외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독일과 일본, 브라질도 중국을 거들고 나서 신경전은 더욱 치열한 상태다. 몰론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이들 정상들을 만나 조율에 나서겠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등과 맞물려 녹록치 않아 보인다.
아프리카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를 방문한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실수(2차 양적완화 조치)로 여러 국가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차라리 미국을 위한 조치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당당했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는 G20 재무차관과 셰르파(교섭대표) 회동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지난 9일 저녁 환율과 경상수지를 다루는 프레임워크에 세션에서는 참석자 간에 고성까지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도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는 국가간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며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에 대해서는 차관들이 본국에서 지침을 받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재무장관과 셰르파는 10일에도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11일 다시 모여 경상수지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논의한다.
이에 따라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 정상간 만남에도 불구하고, 환율문제 해법으로 제시됐던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향후 합의 시한을 명기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 시한에 대해서는 내년 상·하반기 있을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추진 상황을 점검한 뒤 프랑스 파리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자는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