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자금력이냐, 현대그룹의 명분이냐"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온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이 15일 채권단에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한다.
지난 9월24일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공고 이후 양보없는 대결을 펼쳐온 두 현대가(家)는 자금력과 경영능력 등에서 모두 상대편에 뒤질 게 없다며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주식 약 4277만4000주(총 발행주식수 대비 38.37%) 가운데 3887만9000주(34.88%)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3조5000억~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 그룹이 인수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두 그룹이 예상 밖으로 높은 인수가격을 써낼 때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문제가 생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은 이날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이후 이르면 2~3일 내에 심사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이 제시할 인수가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지만, 정책금융공사가 지난 11일 밝힌 자금조달이나 경영능력, 약속사항 이행, 사회·경제적 책임 등 비가격 부문도 중요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변수는 많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들 3사의 현금성 자산만 10조원을 웃돌기 때문에 자금동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애초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M+W그룹이 막판에 참여를 철회하면서 혼선이 빚어졌으나 역시 자금동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비해 확보해둔 1조5000억원 정도의 현금과 최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끌어모은 단기 자금 1조9000억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동양종금증권으로부터 7000억원 정도를 투자받을 예정이어서 인수에 필요한 '실탄'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시내 모 호텔로 알려진 심사장소에서 곧바로 입찰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두 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입찰제안서 심사를 받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2월 주식매매계약과 주식대금납부 절차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