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시행한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의 교실내 문제행동에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체벌금지 매뉴얼’을 개발했다.
교실내 문제행동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단계별 대응요령까지 제시한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소통과 배려가 넘치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지도 매뉴얼’ 요약본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교실에서 발생하는 문제행동을 총 18가지로 분류했다.
학습태도 불량,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 용의복장 불량 등이 대표적이며 교사가 문제행동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행동별 행위도 4~5개씩 설명하고 있다.
매뉴얼은 특히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안될 때는’ 등 3단계로 나눠 각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에서는 문제행동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최대한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에서는 실제 모범사례를 세 가지씩 들어놓았다.
예컨대 학생이 교사를 무시하는 등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이 발생할 때에 대비해 매뉴얼은 우선 ‘교사와 학생이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별도의 장소로 학생을 불러내 지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불손한 언행을 한 학생을 동료 교사가 많은 교무실로 데려가 ‘기’를 꺾고 나서 학생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적절한 교육적 효과를 본 교사 사례 등을 덧붙였다.
매뉴얼은 그러나 이런 방법을 사용해도 지도가 안 될 경우에는 성찰교실 격리, 학부모 면담 등 새로운 학교생활 지도규정에 따라 문제학생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매뉴얼에 실효성이 의심되는 방안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변형교복을 입는 경우’에 대해 매뉴얼은 ‘재활용 교복을 제공하거나 치맛단을 늘려야 할 때 재활용 교복을 이용해 옷감을 제공한다’고 적었지만, 학생들이 교복을 변형하는 목적이 ‘멋내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매뉴얼이 제시한 지도방법은 하나의 예시자료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각 학교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더 효과적인 지도방법을 찾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매뉴얼을 개발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일부 지도 방법은 인권침해 등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체벌금지 시행 3주째를 맞아 현장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고 16일 오후 4시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일선 학생과 교사 20여 명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