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과감한 가격베팅 비가격요소 눌렀다

입력 2010-11-16 11:07 수정 2010-11-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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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보다 인수금액 높게 써 내... 인수자금 확보 총력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매물이었던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현대그룹으로 결정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인수전 막판에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등 인수자금 조달능력이 검증됐고 현대차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자금조달 계획 및 능력 등에 대한 자료도 충실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발표와 같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자금력에서 현대차그룹에 열세였던 점을 비가격 요소에 대한 강조를 통해 적통성과 도덕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막상 입찰시에는 오히려 현대차그룹보다 과감한 베팅을 단행해 채권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4조8000억원에서 5조원대. 반면 현대차그룹은 4조3000억원에서 4조원 중반대의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가격 요소 평가에서 현대그룹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에 작전에 말린 셈이다.

당초 자금 동원력이나 재무구조, 인수 이후 시너지 부분 등 이른바 ‘비가격 요소’를 강조했던 현대그룹이 실제 입찰에서는 ‘가격’ 평가항목에 올인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그룹 보유현금 전액을 소진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최대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현대건설 인수에 현대차그룹보다 현대그룹이 더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배수진을 친 현대그룹의 절박함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진정호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도 지난 15일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은 “경제적인 수준으로 입찰했다”고 말해 현대그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혔으나, 현대그룹의 히든카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쪽이 현대건설 인수에 더 절박함을 보였느냐가 이번 인수전 승패를 좌우한 셈이다.

현대그룹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현대그룹이 제시한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 중 대부분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위험 요소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1800여억원(6월말 기준)으로, 인수제시가격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해외투자자와 자산매각, 자산 유동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자금조달실행이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 노조가 현대그룹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어 실사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현대건설 노조는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이 인수하게 되면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금을 빚갚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이달 말까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 후보의 실사작업 등을 걸쳐 연말까지 본계약을 맺어 현대건설 지분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철근 기자 c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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