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새주인으로 등극하자 내부에서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고위 직원들은 크게 반기지도, 실망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고위간부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정서적으로 현대건설과 맞을 것”이라며 “과거 ‘왕자의 난’을 촉발한 현대건설을 현대기아차그룹에서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잘 된 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 노조와 퇴직자 모임인 현대건우회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새 주인의 자금력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이 예상보다 높은 4조원 후반대의 가격을 써냈다는 소식에 ‘금호아시아나그룹-대우건설’의 전례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축하상을 차리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인 현대그룹이 인수 이후 이를 어떻게 갚아나갈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의 인수전 승리 소식에 현대건설 관련 주가가 급락했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불안감을 잘 설명해준다.
아울러 재무구조가 취약한 현대그룹의 계열사를 대신해 현대건설이 앞으로 그룹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현대건설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수주에 있어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한 위치를 확보했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 이후에도 현대건설의 독주체제는 흔들림 없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10년 내 10조원을 투입해 현대건설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현대차그룹의 인수전 탈락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